경품 냉장고에 이어 사과까지 빼돌렸다는 의혹
경품으로 협찬 받은 냉장고를 팔아 챙기다 들통나 전국적인 망신을 샀던 경북 안동시체육회가 안동 특산품인 사과까지 빼돌렸다는 보도(9월27일자 14면)에 이어 갖가지 비리 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4일 안동시체육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경북 경산시에서 열린 제29회 경북도민생활체육대축전에서 입장식 경비 명목으로 받은 경북체육회 지원금에 대해 속칭 카드깡을 시도하다 들통났다.
A 안동시체육회 사무국장 등은 이날 안동시 대표선수단 만찬을 마치고 경북체육회가 지원한 경비 중 150만원을 경산시 와촌면 모 식당에 미리 결제한 뒤 다음날인 21일 안동시 공무원 등 18명을 불러 모아 120만원 상당의 회식을 했다. A 국장은 “차액 30만원은 나중에 처리하겠다”며 정산서 결재서류에 전날 만찬사진을 첨부해 결재를 받으려다 발각됐다. A 국장은 뒤늦게 체육회 직원을 해당 식당으로 보내 결제를 취소하고 자신의 카드로 120만원을 결제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A 국장은 지난 6월 전국단위 ‘2019 안동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후배가 운영하는 농산물유통업체 B 대표에게 “추석 선물을 사과로 해 줄 테니 협찬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B 대표는 사과 30상자와 사과주스 30상자 등 총 270만원 상당의 물품을 안동시체육회에 협찬하고 체육회로부터 인부 작업비로 40여 만원을 받았다.
추석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을 받지 못한 B씨가 체육회를 찾아 기증 물품에 대한 사용처를 알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협찬 목록도 없고 사과와 주스 등 물품은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하지만 본보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지자 A 사무국장은 “협찬이 아니라 사과를 구매하고 영수증까지 있다”고 거짓 해명했다. 그는 논란이 일자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썩은 것은 버렸다”고 주장하는 정확한 사용처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B 대표는 “분명 조건부 협찬이었고, 상자에 사과를 담는 인건비 등 명목으로 40여만원을 받은 것 외에 사과 값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안동시체육회는 뒤늦게 “추석명절을 맞아 체육회 이사와 읍.면.동 체육회장, 가맹경기단체 회장, 사무장 등 200여 명에게 사과 대신 3만원 상당의 참기름(총 600만원 상당)을 선물로 돌렸다”고 변명했으나 이마저 체육회 이사회비로 징수한 기금을 대의원이나 사무장 등에게 명절 선물로 돌린 것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내년 1월15일까지 민간인 체육회장 선출을 위해 안동지역은 150명 이상 체육관계자 중심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해 투표로 결정하기 때문에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안동시체육회 관계자는 “협찬 받은 사과는 행사 당일 현장에서 일부 소진하고 남은 물품은 직원들끼리 나눠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경북도민생활대축전 지원금도 업무착오로 뒤늦게 경북체육회에 반납했고 추석 참기름 선물은 매년 관행에 따라 돌렸지만 내년부터 실시되는 민간인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신중하지 못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체육인 김모(54)씨는 “시민들의 혈세로 운영되고 있는 체육회가 갖가지 비리와 사고로 얼룩지면서 안동체육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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