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33년 만에 전모]
“화성 연쇄사건 전후로 3건, 청주 이사 뒤 처제 살해 前 2건 더 저질러”
9차례 경찰 조사 끝에 심경 변화… 경찰 “자백 신빙성 확인 수사 중”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모든 범행을 자백했다. 10건의 연쇄살인 사건 가운데 8차 모방범죄를 제외한 9건과 여죄 5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한 것이다. 이로써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전모가 33년 만에 드러나게 됐다.
1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화성 사건 9건과 화성사건을 전후 한 5건 등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경찰이 DNA를 재분석해 이씨를 5차, 7차, 9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한 지 13일 만이다. 경찰은 DNA 분석을 통해 4차 화성사건의 증거물에서도 이씨의 DNA를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 외의 5건의 여죄로 화성사건을 전후 해 3건, 충북 청주로 이사한 뒤 처제를 살인하기 전까지 2건을 자백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씨를 상대로 이날까지 9차례의 대면 조사를 진행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범행 혐의를 줄곧 부인하던 이씨는 지난주부터 심경의 변화를 보이면서 범행을 털어 놓았다고 한다. 이씨가 심경의 변화를 보이며 자백을 한 데는 경찰이 확보한 4·5·7·9차 사건의 DNA와 당시 목격자인 버스 안내양의 “이춘재가 맞다”는 증언 등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가 앞선 DNA 검사 결과가 나온 직후에는 혐의를 부인하다가 뒤늦게 자백한 점 등에 미뤄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하고자 당시 수사기록 등을 살펴보며 검증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자백했지만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하고자 다시 수사기록 등을 살펴보며 검증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자세한 사항은 수사 중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로써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가운데, 강도예비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씨가 7개월여 뒤 연쇄살인을 이어갔다는 사실까지 확인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씨는 1989년 강도예비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200일간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되면서 90년 4월 19일 풀려났다. 이후 7개월 여 뒤인 90년 11월 15일 9번째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저지르고 처제를 살해하는 등 살인을 이어갔던 것이다.
이씨가 8차를 제외한 9건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두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함에 따라 당시 경찰의 허술한 수사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당시 경찰은 대면조사 등을 통해 ‘이춘재가 화성사건의 유력 용의자’라고 지휘부에 보고해 놓고도 범인의 혈액형이 B형이라는 이유로 O형인 이씨를 수사선상에서 배제했다. 이후 화성사건이 계속 이어지자 경찰은 88년말과 90년 대 초 이씨를 다시 수사선상에 올렸지만 신발 사이즈가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화성 사건과 연결 짓지 못했다.
수원=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수원=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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