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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미국 타깃 ICBM 과시하며 “어떤 세력도 중국 흔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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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미국 타깃 ICBM 과시하며 “어떤 세력도 중국 흔들 수 없다”

입력
2019.10.01 18:07
수정
2019.10.01 23:5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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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둥펑-41, 전략폭격기 훙-6N, SLBM 쥐랑-2 등 ‘3대 전략무기’ 총출동

미국을 겨냥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DF)-41이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베이징 톈안먼 광장 일대에서 열린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에 처음 등장해 위용을 뽐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겨냥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DF)-41이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베이징 톈안먼 광장 일대에서 열린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에 처음 등장해 위용을 뽐내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전 세계에 알리며 포효했다. 말로는 평화와 단결을 강조하면서도,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ㆍDF)-41을 비롯한 첨단무기를 대거 선보이며 미국에 맞선 군사력을 과시하는데 주력했다. 시위가 한창인 홍콩을 향해서는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 방침을 견지할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라 “어떠한 세력도 우리의 위대한 조국을 뒤흔들 수 없고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의 전진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이 꼭 70년 전인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을 선포한 곳이다. 이어 “평화통일과 일국양제 방침에 따라 홍콩과 마카오의 번영을 유지하고 양안 관계를 평화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촉구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홍콩 사태, 대만과의 갈등으로 삼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단합을 저해하는 분열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셈이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의 어제는 인류의 역사책에 쓰여 있고, 중국의 오늘은 인민들의 손으로 만들고 있으며, 중국의 내일은 더욱 나아질 것”이라며 중국인의 자긍심을 불어넣으려 애썼다. 그러면서 “두 개의 100년(2021년 공산당 창당 100년, 2049년 신중국 건국 100년) 목표와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중국의 미래 청사진을 재차 강조했다.

시 주석은 약 10분간 진행된 650여자 분량의 연설에서 ‘위대한’이라는 단어를 6회, ‘평화’는 5회나 언급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타깃은 경쟁자 미국이었다. 육해공군 제대 59개, 병력 1만5,000명, 군용기 160여대, 무기와 장비 580대 등 사상 최대 규모의 무력을 동원해 열병식은 중국의 근육을 뽐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1일 진행된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중국 최초로 여군 장군 두 명이 지휘관으로 앞에 서서 여군 제대를 이끌며 톈안먼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진행된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중국 최초로 여군 장군 두 명이 지휘관으로 앞에 서서 여군 제대를 이끌며 톈안먼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시선을 끈 건 여군 행렬이었다. 중국 최초 여성비행사단장인 청샤오젠(程晓健)과 신형작전부대를 총괄하는 탕빙(唐冰) 등 두 명의 여성 장군을 선두로 총을 든 여군 제대와 무장경찰 여군, 사회인으로 구성된 여성 민병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올랐다. 그간 열병식에서 전혀 볼 수 없던 생소한 장면인 탓이다.

여군 제대를 포함해 15개의 육해공군 부대는 각각 96m씩 떨어져 128보의 걸음걸이로 톈안먼 앞을 지났다. 보폭간 거리 75㎝, 발차기 높이 30㎝, 시선의 각도는 45도로 정해져 있어 한 치의 오차가 없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이날 병력과 장비가 통상 1개 제대씩 행진하던 것과 달리 무인기(드론) 부대는 유독 3개 중대가 잇따라 등장했다.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이 최근 드론 공격을 받은 점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공격형 스텔스 드론 궁지(攻擊ㆍGJ)-11과 미 항공모함 타격 평가용 초음속 드론 우전(無偵ㆍDR)-8, 정찰 드론, 수중 드론 순으로 4가지의 서로 다른 드론이 공개됐다.

둥펑-41은 단연 열병식의 하이라이트였다. 차이즈쥔(蔡志軍) 열병식영도소조 부주임이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기대해도 좋다”며 “세계 최고 수준 군대의 최근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던 무기다. 중국은 2015년 전승 70주년 열병식 때 둥펑-31A, 2017년 건군 90주년 열병식에서는 개량형인 둥펑-AG을 공개하며 ICBM의 성능을 높였다. 둥펑-41은 최대 사거리 1만5,000㎞로 미 본토를 넘어 전 세계 어디든 타격할 수 있고, 핵탄두 10개를 퍼붓는 다탄두 미사일이다. 타격오차는 100m 가량에 불과해 중국의 기존 탄도미사일보다 사거리를 늘리고, 파괴력을 높이고, 정확성을 향상시킨 ICBM의 ‘끝판왕’으로 통한다.

이와 함께 쥐랑(巨浪ㆍJL)-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훙(轟·H)-6N 장거리전략폭격기가 각각 땅과 하늘에서 위용을 드러냈다. ICBM, SLBM, 전략폭격기 등 3대 전략무기는 대미 억지력의 핵심전력으로 꼽힌다. 이외에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둥펑-17과 둥펑-100 초음속 미사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둥펑-26, 대함 탄도미사일 둥펑-21D, 다탄두 ICBM 둥펑-5B가 지상을 누볐고 스텔스 전투기 젠(殲ㆍJ)-20, 젠-15 항공모함 함재기, 즈(直·Z)-20 무장 헬리콥터는 상공을 수놓았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후진타오(왼쪽) 전 주석, 장쩌민 전 주석이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후진타오(왼쪽) 전 주석, 장쩌민 전 주석이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80분간의 열병식이 끝나자 “오늘은 너의 생일, 나의 조국”으로 시작되는 노래가 톈안먼 광장에 울려 퍼졌다. 병력과 장비로 가득 찼던 톈안먼 앞 도로는 형형색색의 플래카드를 들고 퍼레이드를 펼치며 국경절을 축하하는 시민 10만여명의 물결로 다시 뒤덮였다.

이날 망루 위에는 93세 고령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부축을 받으며 올라와 시 주석 옆에 자리했다. 장 전 주석은 시 주석의 연설 도중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열병식이 끝날 즈음 그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저작권 한국일보]중국 첨단무기_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중국 첨단무기_신동준 기자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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