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최초 스텔스 전투기 F-35A가 1일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첨단 무기도 총출동했다. ‘강한 국방력을 토대로 한반도 평화를 만들겠다’는 정부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엔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탑승하며, 국산 헬기의 안정성도 몸소 알렸다.
제71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는 이날 오전 대구 공군기지에서 문 대통령 주관으로 열렸다. 대구 공군기지는 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의 모(母)기지이자, 제11전투비행단이 있는 곳이다. 행사엔 1,900여명의 병력이 동원됐다.
문 대통령이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첫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에서 내리는 것으로 행사는 시작됐다. 현직 대통령이 정부 공식행사에서 수리온에 탑승한 건 처음이다. 지난해 7월 수리온을 기반으로 제작한 해병대 ‘마린온’의 추락으로 급격히 실추됐던 수리온의 신뢰도를 제고함으로써 수출 증대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탑승으로) 국산 헬기의 안정성과 우리 방위 산업의 우수성을 과시했다”고 설명했다.
기념행사는 군의 능력, 대비 태세를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 주제도 ‘국민과 함께 하는 강한 국군’으로 잡았다. 특히 이날은 지난 3월 도입 후 전력화 과정에 있는 F-35A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어 북한이 극도로 예민해하는 전략무기다. 이날 공개된 F-35A는 모두 4기로, 1기는 지상에 도열해 문 대통령 사열을 받았고, 나머지 3기는 상공에서 진행된 공중전력 분열 행사에 참여했다.
F-35A는 지난 3월 말 2대가 한국에 처음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모두 8대가 인계됐고, 연말까지 13대가 도입된다. 2021년까지 총 40대가 전력화될 예정으로 모두 7조4,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날 행사에는 현무-2계열 탄도미사일과 현무-3 순항미사일, 함대지 미사일 해성과 다연장로켓 천무, 에이태킴스(미국산 전술지대지미사일ㆍATACMS),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공중급유기 등 육ㆍ해ㆍ공군 주요 전력도 동원됐다. 신형 패트리엇 미사일 PAC-3도 일반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국군의날 기념식이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장소 선정 배경엔 올해가 공군 창설 70주년이라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러나 ‘보수의 상징’인 대구의 표심을 잡기 위한 의도라는 시각도 많다. 문 대통령은 대구를 “애국의 도시”라고 부르며 “나라가 어려울 때면 항상 대구 시민들은 놀라운 애국심을 보여주셨다”고 치켜세웠고, 이후 병사와의 오찬 자리에서는 “(대구공항은) 이전 대상지가 확정되는 대로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 참석자 중엔 2015년 북한 목함 지뢰에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도 있었다. 하 예비역 중사는 중앙무대 귀빈석에 앉았다. 문 대통령은 행사 종료 후 하 예비역 중사와 가볍게 포옹을 하기도 했다. 전역 당시엔 ‘전상(戰傷)’ 판정을 받았던 하 예비역 중사는 최근 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가 ‘공상(公傷)’ 판정을 내리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재심을 신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관련 법 조문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는 게 좋겠다”며 보훈처에 재검토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를 마친 뒤 장병들과 다과·오찬을 함께 하며 노고를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데니 태극기는 고종황제가 외교 고문인 미국인 데니(Denny)에게 하사한 태극기로, 가장 오래된 태극기다. 한미동맹이 얼마나 오래됐으며 튼튼한지를 상징한다”면서 주한미군과 유엔사 장병들에게 각별한 감사를 전했다. 이에 케네스 윌즈바흐 미국 7공군사령관은 “위 고 투게더(We go together)”라고 건배사를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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