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살코기(적색육)나 이를 재료로 만든 가공육을 많이 먹으면 암, 심장병 등의 질환에 걸릴 위험성도 커진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실제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고기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APㆍ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등 7개국 14명의 연구진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의학전문지 ‘내과학 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게재한 일련의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여러 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 북미와 서유럽에서 육류 섭취량을 일주일에 3회가량 줄였을 때 암으로 숨지는 경우도 감소하는 건 1,000명당 7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 정도를 유의미한 암 사망률 감소라고 보긴 힘들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또, 가공육 섭취와 심장질환ㆍ당뇨병 간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신빙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러한 결론에 대해 연구진은 “붉은 고기나 핫도그, 베이컨 등 가공육이 건강에 좋다거나, 더 많이 먹어야 한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진실에 대한 최선의 추정치를 내놨을 뿐이며, 결과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라면서, 다만 건강에는 이들 음식보다 다른 음식이나 생활 방식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존 의학계 상식에 반하는 이 같은 주장에 크게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하버드대 영양학과 월터 윌렛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입증할 근거가 희박하다며 “연구 발표를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세계암연구기금(WCRF)도 ‘붉은 고기 및 가공육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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