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가 5일 비핵화 실무 협상을 열기로 했다고 1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밝힌 가운데, 미국 측 협상 총괄 지휘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을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깊이 관여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지난달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 끝에 사임한 후, 미국 외교 안보의 실질적 원톱으로 인식되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이 탄핵 조사 대상에 오름에 따라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이번 실무 협상을 제대로 이끌 것인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면서 비핵화의 목적지까지 달려가야 할 폼페이오 장관, 그리고 그를 대신해 북한측과 만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대화 동력이 과연 탄핵 정국 속에서 유지될지는 확실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내부 고발자가 고발장에 7월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간 통화를 청취했다고 밝힌 행정부 인사 10여명에 폼페이오 장관이 포함돼 있다고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신문은 “폼페이오 장관이 당시 통화를 직접 들었다는 게 확인된 것은 처음으로, 하원 탄핵 조사의 파장이 국무부에 한층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탄핵 조사 불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튄 것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발생 초기부터 관여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27일 하원 외교위원회 등 3개 상임위원회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탄핵 조사를 위한 자료 제출 소환장을 보낸 상태다. 또 이번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지난달 29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 간 만남을 폼페이오 장관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 개입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북미 회담을 이끄는 그의 견인력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차기 공화당 대권 주자로 주목 받아 온 그의 정치적 입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폼페이오 장관 외에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 불리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게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 결과를 폄훼하기 위한 법무부의 재조사에 협조할 것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바 장관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바 장관은 이를 위해 직접 해외에 나가 외국 정보당국자들과 개인적 만남을 갖고 협조를 구하기까지 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러시아 스캔들은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가 공모했다는 의혹으로, 트럼프 대선 캠프의 외교정책 보좌관이던 조지 파파도풀로스가 흘린 정보를 호주 외교관이 듣고 연방수사국(FBI)에 전해 최초 수사가 이뤄졌다. 뮬러 특검팀도 지난 3월 낸 조사 보고서에서 FBI의 러시아 스캔들 조사가 시작되는 과정에 호주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명시한 바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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