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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력 접고, 외주 늘리고… ITㆍ전자회사 체질 바꾸기

입력
2019.10.02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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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의 정보기술(IT)ㆍ전자 계열사들이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거나 주력 제품 생산 라인을 재정비 하는 등 혹독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의 사업 구조조정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그에 따라 국내 부품 생태계가 붕괴돼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국내 부품 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에 있는 스마트폰 공장을 인도와 베트남으로 옮기고, 제품 생산을 하청업체에게 위탁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확대하는 등 중저가 스마트폰 생산 라인에 대한 전면 개편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 톈진 스마트폰 공장에 이어, 최근 중국에 마지막으로 남은 후이저우 공장을 폐쇄한 것도 이런 작업의 일환이다. 삼성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는 데다, 중국 인건비도 10년 전에 비해 3배나 올라 수익성이 악화되자 생산라인 전면 개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생산에 설계, 부품조달, 조립 등을 하청업체에 모두 맡기는 ODM 방식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ODM 방식을 적용하면 자체 생산할 때보다 생산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 삼성은 중국 최대 ODM 기업인 윈테크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출시된 A6s는 윈테크가 ODM 방식으로 생산한 삼성의 첫 스마트폰이다.

이미 국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한 LG전자와 LG의 IT계열사들은 비주력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폰 생산라인 재편에 돌입한 LG전자도 ODM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상반기부터 추진해온 수처리 사업부 매각 작업도 최근 마무리 지었다. 매각 대금은 4,300억원에 달한다.

LG의 소재ㆍ부품 계열사인 LG이노텍은 전자가격표시기 사업을 정리한 데 이어, 스마트폰용 메인기판 사업에서 철수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수익성이 떨어진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을 줄이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을 늘리기 위한 사업구조 재편에 돌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를 위해 국내 LCD 생산 라인을 일부 폐쇄하고, OLED 패널을 주로 생산하는 중국 광저우 공장 가동을 본격화 했다.

문제는 비용절감을 위한 대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생산라인 재편 작업이 국내 부품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과 LG의 스마트폰 ODM생산 확대는 삼성과 LG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중소기업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ODM은 외주 업체가 제품 설계와 부품 조달, 조립 등을 모두 담당하기 때문에 국내 부품 업체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외국 업체가 ODM 생산을 맡을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게 일반적이다.

관건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기업인 삼성전자가 ODM 방식을 얼마나 확대하느냐다. 삼성은 연말쯤 내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ODM 생산규모도 확정할 방침이다. 삼성이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중저가 스마트폰 생산을 전부 ODM으로 돌리는 극약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ODM 생산물량은 삼성의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의 3분의 1 수준인 1억대를 넘어서게 된다.

국내 중소 부품 업체 관계자는 “국내 생산 시설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국내 부품 업계가 입는 피해도 큰데, 이제 ODM 생산방식 확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중국 ODM 업체들이 국내 중소기업의 부품을 쓸 가능성이 크지 않아 업계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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