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을 한 뒤 술에 취해 귀가하다 버스에 치여 사망한 회사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장낙원)는 교통사고로 숨진 회사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못하겠다는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9월 20일 야근을 하던 중 회사 직원들과 함께 2차에 걸쳐 회식을 했다. 이후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귀가하다 운행 중인 버스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증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A씨의 부인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공단 측은 “회사가 참석을 강제한 회식이 아니었고, A씨가 과음해 스스로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도로로 넘어졌다”면서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저녁식사를 마친 뒤 복귀해 일을 계속하려는 생각이었으므로 저녁식사와 회사의 업무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면서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실제로 A씨는 사무실을 정리하지 않고 외출해 회식을 마친 뒤 바로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돌아오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임원이 회식을 제안했고 1차 자리를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한 점을 근거로 사업주 관리 아래 이루어진 회식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A씨 혼자 지나치게 많은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출장 내용 관련 회의를 하던 중 격려 차원에서 이루어진 회식 자리인 점 등을 함께 고려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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