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독일 정신의학자 마이클 린든 교수 초청 강연
“울분은 굴욕감과 분노가 대안과 변화 가능성이 없다는 무력감과 결합한 복합 감정”
독일 통일 이후 동독과 서독이 하나의 사회를 이루는 혼란한 과정에서 개인이 겪은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경험이 울분장애(PTED)를 만들어 냈으며, 이는 최근 한국사회가 직면한 과제인 공정성에 대한 신뢰 붕괴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대 산하 사회발전연구소ㆍ보건환경연구소ㆍ행복연구센터의 엽합체인 ‘사보행’은 독일 통일 과정을 연구하고 ‘외상 후 울분장애’(PTEDㆍPost 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 진단명과 자가 측정도구를 학계 최초로 개발한 독일 사리테 대학의 정신의학자 마이클 린든 교수를 초청해 이달 7일과 10일 강연을 연다. 11일에는 이를 한국사회에 접목해 ‘한국 사회에서 울분 연구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1일 서울대에 따르면 린든 교수는 이번 학술포럼과 세미나에 참가해 독일 통일 이후 ‘울분’을 특징으로 한 정신장애가 등장한 배경을 소개하고, 일상의 트라우마 경험이 파괴적 울분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정신건강 측면에서 소개한다. 린든 교수에 따르면 울분은 ‘굴욕감과 분노가 대안이 없고 변화의 전망이 없다는 무력감과 결합한 복합 감정’이다. 사회적 부당성을 경험한 개인이 ‘공정’과 ‘정의’에 대해 품었던 신념과 가치가 위협을 받거나 붕괴를 경험하면서 유발되는 감정으로 분석되고 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울분과, 침습적 사고와 복수 판타지 등으로 일상 수행이 불가능한 정신병리적 울분으로 나뉜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이후 울분장애에 대한 실증조사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계기로 울분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배경 중 하나다. 10일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열리는 관악보건포럼에서는 채정호 가톨릭의대 정신과 교수 등 국내 5명의 연구자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울분을 연구한 내용 등이 발표된다. 11일에는 린든 교수가 개발한 PTED 측정도구를 국내에 적용한 설문조사 4건에 대한 실증 분석도 소개된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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