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 비비시(BBC)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오늘의 단어(Word of the day)’로 ‘꼰대(KKONDAE)’를 소개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갑질’, ‘재벌’에 이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는 단어가 그대로 외국에 소개된 것이다.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 개념은 언어와 관계없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원한다면 그 개념을 말로 길게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어 내에 그것을 지칭하는 단어나 표현이 존재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비비시(BBC)의 게시물을 본 영국 현지 또는 여러 나라의 누리꾼들이 자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꼰대의 예를 댓글로 달며 공감을 표시했다는 것을 보면, 영어에 ‘꼰대’라는 단어가 없었을 뿐이지 그런 존재나 대상은 어디에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을 가리키는 ‘꼰대’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와 우리말의 특징이다. 우리에게는 그런 존재와 대상을 한 단어로 담아 표현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단어와 함께 제시한 뜻풀이도 주목할 만하다. ‘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이 많은 사람(An older person who believes they are always right)’이라는 풀이는 현재 우리가 쓰는 ‘꼰대’라는 말의 맥락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 사전에서는 ‘꼰대’를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늙은이’나 ‘선생님’뿐만 아니라 더 확장된 의미로 쓰이고 있는 요즘 ‘꼰대’의 맥락까지 잘 파악하여 이해하기 쉽게 써 놓은 셈이다. 후대의 사람들이 이 풀이를 보며 누가 꼰대인지 금세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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