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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눈] 15년 전 만화 ‘달빛천사’ 주제곡 듣겠다고 10억 모은 어른이들

입력
2019.10.0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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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영화 OST 국내 발매 펀딩, 하루 만에 목표 달성 

 구매력 갖춘 2030세대 키덜트들의 힘 ‘입증’ 

추억의 만화영화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 정식 OST 발매를 위해 텀블벅 사이트에 올라온 성우 이용신씨의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 캡처
추억의 만화영화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 정식 OST 발매를 위해 텀블벅 사이트에 올라온 성우 이용신씨의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 캡처

“오직 한 가지 간직하고 있는 건 지금껏 그려 왔던 작은 꿈.”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국내에 방송됐던 일본 만화영화 ‘달빛천사’에 등장한 음악(오리지널사운드트랙ㆍOST)인 ‘뉴 퓨처(New future’)의 가사다. 1990년대 생이라면 지금도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지만, 정작 국내에선 정식 발매되지 않아 음원 사이트 등에서는 들을 수 없는 비운의 곡이기도 했다.

이 노래를 듣고 자라난 2030세대 ‘어른이(어른+어린이)’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십시일반 나섰다. 추억의 만화 달빛천사의 OST를 국내에서 발매하기 위해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이 1일 기준 10억원을 넘어선 것. 이는 목표액(3,300만원)의 30배가 넘는 금액이다.

성우 이용신씨가 지난달 27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추억의 만화 달빛천사의 OST를 국내에서 발매하기 위해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 소식을 알리고 있다. 이용신씨 유튜브 캡처
성우 이용신씨가 지난달 27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추억의 만화 달빛천사의 OST를 국내에서 발매하기 위해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 소식을 알리고 있다. 이용신씨 유튜브 캡처

달빛천사의 주인공 역을 맡았던 성우 이용신씨는 지난달 27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 정식 OST 발매를 위한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씨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일본 원곡자 저작권 권리대행인 소니에 문의해 보니 한국에 정식발매를 허락하는 조건으로만 곡당 200만원을 내야 한다”며 “4곡에 대한 커버 라이센스 비용과 세션녹음, 가창, 믹싱 등을 더하면 제 개인의 역량으로는 추진할 수 없어 크라우드 펀딩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펀딩에 참여하면 이동식 저장장치(USB) 형태의 음반을 받을 수 있다.

달빛천사는 2002년 만들어진 일본 만화영화로, 한국에서는 이보다 2년 후에 방영됐다. 병으로 수명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소녀 루나가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신들의 도움을 받아 ‘풀문’으로 변신, 가수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이 가수로 등장하는 만큼 OST도 큰 인기를 끌었지만 ‘나의 마음을 담아’ 한 곡 외에는 국내에선 발매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올해 6월 이씨가 이화여대 축제에 출연해 달빛천사의 OST를 부른 영상이 입소문을 타며 이 노래들을 우리나라에서도 듣고 싶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만화영화 달빛천사(왼쪽)의 일본 원작 '만월을 찾아서'의 작가 타네무라 아리나가 한국에서의 OST 발매 소식을 듣고 "기쁘다"는 소감을 전하고 있다. 타네무라 아리나 트위터 캡처
만화영화 달빛천사(왼쪽)의 일본 원작 '만월을 찾아서'의 작가 타네무라 아리나가 한국에서의 OST 발매 소식을 듣고 "기쁘다"는 소감을 전하고 있다. 타네무라 아리나 트위터 캡처

해당 펀딩 소식이 알려지자 반응은 뜨거웠다. 펀딩 개시 하루 만에 목표액을 달성한 것은 물론 모금 기간이 22일이나 남은 시점에 10억원을 훌쩍 넘겼다. 이씨는 후원자들의 요구가 잇따르자 USB형 음반뿐 아니라 CD 발매, 또 이 노래들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연말 콘서트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달빛천사의 원작 만화 ‘만월을 찾아서’를 그린 만화가 타네무라 아리나(種村有菜)도 이 펀딩에 대해 듣고 “한국에서 만월을 찾아서의 음반 프로젝트를 하고 계신다고 한다”며 “지금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10억이라는 이례적인 모금액의 배경에는 20대 이상의 ‘키덜트’Kidultㆍ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들이 있다. 어린 시절 경험한 추억의 놀이를 다시 찾으려는 문화 현상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변방에만 있었고 소비층이 엷어 ‘큰 손’ 대접은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이들이 경제력을 갖추고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씨의 유튜브에는 “다들 직장인에 성인이 돼서 목표금액이 엄청 빨리 찬다”(윤**)거나 “어릴 때 텔레비전 앞에서 만화 보던 어린이들이 죄다 직장인이 돼 우르르 몰려왔다”(B*****)는 댓글이 이어졌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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