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력 절제” 요구 사흘 만에 재압박]
조국 첫 업무보고 받고, 자리에 없는 尹 향해 “총장에 지시한다”
촛불 동력 삼아 개혁 가속 의지… 野 “사실상 조국 수사 외압”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지시했다.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하며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성찰해 주기 바란다”고 지적한 지 사흘 만이다. 촛불집회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요구가 확인된 만큼, 검찰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윤 총장에게 잇따라 검찰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수사 외압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조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검찰총장에게도 지시한다”며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검찰 내부의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라”고 밝혔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향해 ‘지시’라는 직접적인 언급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의 ‘임면권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검찰은 검찰의 역할에 충실하라”고 밝혀온 것과 사뭇 다른 뉘앙스다. 일각에선 여권이 윤 총장이 내놓은 입장문 등을 문제 삼아 “헌법기관도 아닌 검찰이 헌법 운운하며 선을 넘고 있다”는 불만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거취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법무부 장관에게도 개혁안 마련을 지시하지 않았나. 법무부와 검찰에 각각 다른 역할을 지시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 목소리가 매우 높다”며 주말 열린 촛불집회가 이번 지시의 배경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 정부 들어 감찰의 수사권 독립은 대폭 강화된 반면에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 관행, 또 조직 문화 등에 있어서는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고 검찰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에 관해 법무부와 검찰은 함께 개혁의 주체”라며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라고 거듭 주문했다. 윤 총장이 확대된 권한은 누리면서 주어진 소임은 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촛불집회에서 확인한 개혁요구 민심을 동력 삼아 검찰개혁을 가속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조 장관에겐 힘을 실어줬다. 조 장관이 건의한 대검 감찰부장과 사무국장의 인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표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인사권’과 ‘감찰권’을 권력기관 개혁의 내부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개혁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검찰의 자체 개혁이 미흡할 경우 법무부가 인사권과 감찰권을 통해 개혁을 이어가겠다는 포석으로도 보인다. 여권에서 검찰의 수사정보가 외부로 흘러나오는 것에 대해 ‘야당과 검찰의 내통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검찰이 받게 될 압력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조 장관이 보고한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 및 형사부ㆍ공판부 강화 등을 “모두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이라며 즉각 수용했다. 다만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의 경우 국민의 알 권리와 충돌 여지 등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은 만큼 “검찰 구성원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더 수렴하고 내용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조 장관 수사와 맞물려 검찰 수사를 위축시킨다는 오해가 빚어지지 않도록 “장관 관련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내용을 확정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도 했다.

이날 업무보고는 문 대통령의 주문으로 이뤄졌다. 검찰개혁 촛불집회 전인 27일 문 대통령이 직접 법무부로부터 검찰개혁 방안을 포함한 업무보고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게 고 대변인의 설명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대검찰 메시지가 잇따르자 야권에서는 사실상의 수사외압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실상 검찰의 조국 수사에 대한 압박이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굴복 강요에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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