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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내라”… 문 대통령, 윤석열에 이례적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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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내라”… 문 대통령, 윤석열에 이례적 지시

입력
2019.10.01 04:40
수정
2019.10.01 07:5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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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력 절제” 요구 사흘 만에 재압박] 

 조국 첫 업무보고 받고, 자리에 없는 尹 향해 “총장에 지시한다” 

 촛불 동력 삼아 개혁 가속 의지… 野 “사실상 조국 수사 외압”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19기 출범식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19기 출범식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지시했다.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하며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성찰해 주기 바란다”고 지적한 지 사흘 만이다. 촛불집회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요구가 확인된 만큼, 검찰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윤 총장에게 잇따라 검찰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수사 외압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조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검찰총장에게도 지시한다”며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검찰 내부의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라”고 밝혔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향해 ‘지시’라는 직접적인 언급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의 ‘임면권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검찰은 검찰의 역할에 충실하라”고 밝혀온 것과 사뭇 다른 뉘앙스다. 일각에선 여권이 윤 총장이 내놓은 입장문 등을 문제 삼아 “헌법기관도 아닌 검찰이 헌법 운운하며 선을 넘고 있다”는 불만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거취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법무부 장관에게도 개혁안 마련을 지시하지 않았나. 법무부와 검찰에 각각 다른 역할을 지시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 목소리가 매우 높다”며 주말 열린 촛불집회가 이번 지시의 배경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 정부 들어 감찰의 수사권 독립은 대폭 강화된 반면에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 관행, 또 조직 문화 등에 있어서는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고 검찰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에 관해 법무부와 검찰은 함께 개혁의 주체”라며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라고 거듭 주문했다. 윤 총장이 확대된 권한은 누리면서 주어진 소임은 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촛불집회에서 확인한 개혁요구 민심을 동력 삼아 검찰개혁을 가속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조 장관에겐 힘을 실어줬다. 조 장관이 건의한 대검 감찰부장과 사무국장의 인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표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인사권’과 ‘감찰권’을 권력기관 개혁의 내부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개혁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검찰의 자체 개혁이 미흡할 경우 법무부가 인사권과 감찰권을 통해 개혁을 이어가겠다는 포석으로도 보인다. 여권에서 검찰의 수사정보가 외부로 흘러나오는 것에 대해 ‘야당과 검찰의 내통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검찰이 받게 될 압력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조 장관이 보고한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 및 형사부ㆍ공판부 강화 등을 “모두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이라며 즉각 수용했다. 다만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의 경우 국민의 알 권리와 충돌 여지 등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은 만큼 “검찰 구성원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더 수렴하고 내용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조 장관 수사와 맞물려 검찰 수사를 위축시킨다는 오해가 빚어지지 않도록 “장관 관련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내용을 확정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도 했다.

3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김남준 위원장이 기념촬영에 앞서 참석자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김남준 위원장이 기념촬영에 앞서 참석자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업무보고는 문 대통령의 주문으로 이뤄졌다. 검찰개혁 촛불집회 전인 27일 문 대통령이 직접 법무부로부터 검찰개혁 방안을 포함한 업무보고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게 고 대변인의 설명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대검찰 메시지가 잇따르자 야권에서는 사실상의 수사외압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실상 검찰의 조국 수사에 대한 압박이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굴복 강요에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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