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인승 승합차, 승차거부 없는 강제배차, 탄력요금제, 친절하고 깨끗한 서비스….
1년 전만 해도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에서만 볼 수 있던 특화된 시스템이 전체 모빌리티 업계의 서비스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타다는 택시업계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불법과 합법의 기로에 서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이 만족할 만한 택시 서비스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초 처음 등장한 타다가 서비스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120만 가입자를 모을 정도로 성장하자, 타다 모델을 본뜬 승합차 호출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타다는 이용자가 승합차를 렌트하면 동시에 기사까지 배치해주는 새로운 개념의 모빌리티 서비스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11~15인승 승합차 임차인에게는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는 예외조항을 활용하면서, 카니발 등 11인승 승합차가 차량 호출 서비스에 등장하게 됐다.
후발주자 중 타다의 라이벌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서비스는 10월 개시 예정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벤티’다. 벤티는 타다와 달리 정식 택시 면허를 가진 기사들이 카니발과 스타렉스와 같은 11인승 승합차로 콜택시 운행을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다른 서비스지만, 차량의 형태와 강제배차 시스템, 탄력요금제, 친절하고 깨끗한 환경 등은 타다와 비슷하다. 법인 택시 소속 기사와 차량으로 영업을 하는 만큼, 현재 타다가 직면해 있는 불법화 위험으로부터는 안전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승합차와 기사를 동시에 호출한다는 타다의 원리를 아예 차용한 서비스도 늘고 있다. 차차크리에이션이 오는 10일 100대 규모로 시작하는 ‘차차밴’ 서비스는 정해진 렌터카 업체에서 승합차를 공유해 주면 대리운전업체에서 대리기사를 붙이는 형태다. 타다와 약간 다를 뿐 기본적으로 비슷한 모델이다. 차차크리에이션 측도 이를 의식해 “경쟁사인 타사(타다)의 요금보다 평균 20% 저렴한 수준에서 탄력요금이 적용된다”며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보라색 승합차 ‘파파’는 타다의 모델이 그대로 적용됐다. 차량 안에 고데기, 생수, 견과류를 비치해놓는 등 ‘더 세심한 서비스’를 내세운다.
‘타다 타도’를 외치면서도 타다를 모방한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는 이유는 ‘스타트업의 무덤’이라고 불리던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선택 받으며 유일하게 살아남은 서비스가 타다뿐이기 때문이다. 타다는 고질적인 승차거부와 기사의 불친절에 시달려야 했던 택시 탑승객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며 89%의 재탑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타다가 지난 1년간 ‘승차거부 없는 친절한 호출’이라는 새로운 기준과 시장을 만들어냈다”며 “이제 모빌리티 서비스를 보는 소비자의 눈이 타다를 기준으로 상향평준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승차거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택시 요금만 인상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카카오T에서 제공하고 있는 ‘승차거부 없는 택시’ 웨이고블루는 별도의 호출비를 3,000원 받고 있으며, 바로배차와 탄력요금제를 제공하는 타 서비스도 대부분 기본 요금 체계가 일반 택시요금보다 10~20%가량 높다. 당연해야 할 ‘승차거부 없는 친절한 택시 서비스’가 웃돈을 주고 사야 하는 ‘특별 서비스’가 됐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와의 줄다리기 속에서 타다 자체도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7월 국토부가 내놓은 택시제도 개편안은 타다와 같은 차량호출 서비스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서는 개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면허를 매입하고 기여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타다가 국토부로부터 플랫폼 운송 면허를 받지 못한다면 향후 영업이 불가능해진다. 타다를 운영하는 박재욱 VCNC 대표는 이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겠다는 국토부 발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