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민 1세 한국인 부부가 만든 저가 의류업체 ‘포에버21’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공격적인 매장 확장과 5달러짜리 상의를 앞세워 미국 내 패스트패션(fast fashion) 유행을 이끌어온 포에버21이 연방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라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포에버21은 글로벌 구조조정에 돌입, 일본과 캐나다 등 40개국에서 사업체를 철수할 예정이다. 미국 내 178개 점포도 문을 닫게 돼 세계적으로 최대 350개의 매장이 사라진다.
포에버21은 린다 장 부회장의 부모인 장도원, 장진숙 씨가 1980년대 한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한 뒤 설립한 한인 업체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의류 구매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포에버21은 이에 역행하는 ‘덩치 키우기’에만 주력하면서 경영난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쇼핑몰에서 돈을 쓰는 사람이 줄어드는데도 임대료가 비싼 큰 매장을 계속 늘려나갔던 것이다.
다만 이번 조치로 포에버21이 즉각 모든 사업을 청산하는 건 아니다. 챕터11은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파산법원 감독 하에 영업과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회생을 시도하도록 한다. 포에버21 역시 기존 채권단과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구조조정 자금 3억5,000만달러(약 4,200억원)를 확보한 상태로 웹사이트와 미국, 중남미에서 영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장 부회장은 “이번 절차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바는 위기상황을 단순화해서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NYT에 밝혔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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