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대 최대 규모 열병식… 홍콩선 초대형 집회 예고 일촉즉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국경절(10월 1일)을 앞둔 중국은 축제 분위기로 들썩였다. 애국심을 고취하고 영웅 만들기에 주력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잔칫상을 차려 중화민족의 위대함을 부각시키는 데 여념이 없었다. 반면 국경절을 ‘애도의 날’로 규정해 반정부 시위 동력을 끌어올려 온 홍콩 시민들은 1일 민주화 열망을 폭발시킬 초대형 집회를 예고하며 비장한 각오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국경절을 하루 앞둔 30일 열사기념일을 맞아 톈안먼(天安門) 광장을 찾았다.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인민영웅기념비 앞에서 헌화하며 선열을 추모했다. 70년전 10월 1일 신중국의 기치를 올린 마오쩌둥(毛澤東)이 하루 전(1949년 9월 30일) 쓴 인민영웅기념비 비명 앞에 꽃을 바친 것이다. 시 주석은 이어 마오쩌둥 기념관을 찾아 참배를 했다. 국경절 기념행사와 열병식을 앞두고 출정식을 연상케 하는 엄숙한 행보다. 시 주석은 전날 유공자 42명에게 국가 훈장과 국가명예 칭호를 수여하면서 “영웅을 존경해야 영웅이 생긴다”며 충성과 집념, 헌신을 강조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들 영웅의 모범적인 삶은 중화민족이 고난에서 번영과 부강의 위대함으로 나아가는 축소판”이라고 치켜세웠다. 영웅의 가치를 높여 신중국의 초심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국가를 향한 국민의 애국심을 자극한 행보이다.
중국은 30일 애국영화를 동시다발로 선보이며 분위기를 띄웠다. 신중국 건립 이후 7개의 역사적 순간을 그려낸 ‘나와 나의 조국’을 비롯해 지난해 5월 고도 1만m에서 유리창이 깨진 항공기를 무사히 착륙시킨 조종사의 스토리를 담은 ‘중국 기장’과 한국영화 ‘히말라야’의 중국판으로 통하는 ‘등반자’ 등 세 편의 영화는 개봉 전부터 시선을 사로잡아 예매 금액만 2억위안(약 340억원)을 넘어섰다. 이미 톈안먼 광장에는 국경절 행사에 맞춰 후대에 영원히 전해질 중국의 명예로운 전통을 상징하는 거대한 두 개의 붉은 리본과 70개의 붉은 등불이 설치된 상태다. 시민 10만명이 참여하는 퍼레이드에서는 7만마리의 비둘기와 7만개의 풍선이 하늘을 수놓는다. 모두 ‘70주년’을 표현하는 숫자들이다.
국경절 행사의 꽃은 단연 열병식이다. 중국은 일찌감치 관영 매체를 동원해 열병식 준비 과정과 내용을 소개하며 중국인의 자긍심을 불어넣고 미국에 맞선 군사적 힘을 과시하려 총력을 기울여 왔다. 투입된 병력은 1만5,000명으로 2015년 9월 전승절 열병식보다 3,000명이 더 많고 이외에 군용기 160대, 장비 580대, 군부대 59개가 동원되는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처음 선보이는 첨단무기와 병력이 초미의 관심사다.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DF(둥펑ㆍ東風)-41과 최첨단 초음속 드론 DR-8은 열병식의 흥행카드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사상 최초로 여군 장군 두 명이 도보로 여군 제대를 이끌고 톈안먼 앞을 행진하는 한편 그간 열병식에서 볼 수 없었던 집총 여군부대와 무장경찰 여군, 사회인으로 구성된 여성 민병대 등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처럼 들떠 있는 베이징과 달리 홍콩은 고조되는 긴장감 속에 1일 시위대와 경찰간 결전을 앞두고 있다. 29일 시위에서 100여명이 체포되고 50명가량이 다치는 등 지난 6월 9일 시위가 본격화된 이후 시위대와 경찰 양측은 가장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인 여성 기자가 경찰이 쏜 고무탄 추정 물체에 오른쪽 눈을 심하게 다치는 등 경찰의 진압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에 맞서 시위를 주도해 온 민간인권진선은 ‘국가의 경사(國慶)는 없고, 국가의 죽음(國殤)만 있다’는 구호를 내걸고 1일 도심 행진에 나설 예정이다. 경찰이 집회와 행진을 금지한 터라 폭력사태가 재연될 공산이 크다. 또 시민들은 검은색 풍선을 일제히 하늘로 날려 보내며 형형색색으로 물들일 베이징의 퍼레이드와 정반대의 분위기를 연출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중고생들이 대거 참여할 동맹휴학과 반정부 투쟁 인간 띠 잇기, 국경절 기념 행사 방해 시위 등이 홍콩 시내 곳곳에서 전방위로 펼쳐질 전망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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