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유시민의 ‘노무현 트라우마’

입력
2019.09.30 18:00
30면
0 0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경남도교통문화연수원에서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경남도교통문화연수원에서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름 전 이 난(欄)에 ‘유시민이 왜 이럴까’라는 글을 썼다. ‘싸가지는 없어도 말은 바르게 하는’ 유시민답지 않게 공정성 이슈는 외면한 채 검찰의 조국 수사와 대학생들의 시위를 ‘가족 인질극’ 운운하며 비난한 것이 낯설게 다가와서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그가 엊그제 답을 내놨다.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경남 창원에서 가진 강연에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논두렁시계 논란 등으로) 공격당할 때 발언을 잘 안하고 주춤하다 일이 생겼다”며 “조 장관이 어찌될지 모르나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조국 전쟁’에 참전했다”는 것이다.

□ 유 이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목해 “총, 칼은 안 들었으나 위헌적 쿠데타나 마찬가지”라고 공세 수위를 한층 높였다. 또 “검찰에 ‘전두환 신군부’와 비슷한 정서가 남아 있다”며 “대통령에게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검란’ 단계까지 왔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 강행의 방아쇠를 당기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하는 리스크를 감당한 만큼, 자신도 윤 총장의 위험한 길을 경고하는 리스크를 함께 안겠다는 애기다. 그게 ‘반지성적 혹세무민 선동에 맞서는 어용 지식인’을 자처한 속내일 것이다.

□ 유 이사장에게 먼지 털기식 무소불위 검찰 권력이 초래한 ‘노무현 비극’은 일종의 트라우마일 것이다. “그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검찰과 언론에 의한 정치적 타살을 견제했더라면…”하는 회한도 들 법하다. 지난 주말 서초동 대검찰청 앞 대규모 촛불시위 참가자 상당수가 “11시간에 걸친 조 장관 집 압수수색을 보며 검찰 수사를 이대로 놔두면 노 전 대통령 같은 비극이 반복될까 두려워 집회에 나왔다”고 토로하니 말이다.

□ 유 이사장의 행보는 고 노회찬 의원과 함께 ‘노유진 트리오’로 불렸던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대비된다. 정의당이 조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자신의 의견을 묵살했다며 탈당계를 냈다가 철회한 진 교수는 최근 대구 강연에서 “조국 사태는 공정성과 정의의 문제이지, 이념이나 진영으로 나뉘어 벌일 논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개혁을 향한 조 장관의 진정성이 도덕성 문제를 덮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이 조 장관의 특권적 반칙과 내로남불 언행을 외면한 것과 달리 고민의 흔적이 짙다. 큰 정의를 위해 작은 불의는 눈감을 수 있다는 발상, 비판의 비례와 균형을 잃은 유 이사장의 행태야말로 반지성주의 아닌가.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