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채용박람회에서 ‘우수 면접자’로 선정된 구직자들의 시중은행 채용 비율이 지난해 3%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3년째 지원하고 있는 역점사업이지만, 막상 채용 실적 면에선 초라한 성적표를 거둔 셈이다.
30일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융권 공동채용박람회 관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6대 시중은행(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기업) 신입공채에 최종 합격한 금융권 채용박람회 우수 면접자 출신 지원자는 74명으로 6개 은행 전체 채용인원(2,098명)의 3.5%에 불과했다. 은행별 우수 면접자 출신 합격자 비율은 우리은행(7.2%ㆍ20명) 신한은행(4.7%ㆍ14명) 농협은행(3.7%ㆍ16명) 등의 순이었고 기업은행은 1.4%(3명)로 가장 낮았다. 우수 면접자 출신 응시자(하나 제외 5개 은행 730명)에 한정해 보면 합격자(63명) 비율이 8.6%였다.
금융권 공동채용박람회는 매년 8~9월 60개 안팎의 금융사가 참여하는 금융권 최대 일자리 박람회다. 2017년부터 6개 금융협회가 행사를 주최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하고 있다. 특히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3년 연속 행사장을 직접 찾아 양질의 일자리를 보유한 금융권이 청년 취업난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독려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채용박람회 때마다 “우수 면접자는 공채 지원 시 서류전형 합격 등 혜택이 있다”고 적극 홍보해 왔다. 실제 행사장에 부스를 차린 금융사들은 구직자에게 채용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모의 면접을 실시해 좋은 인상을 남긴 구직자들을 우수 면접자를 선정해 전형상 혜택을 준다. 6개 시중은행의 경우 전체 면접자 중 30% 안팎을 우수 면접자로 선정해 하반기 공채 때 서류전형을 면제해주고 있다.
하지만 막상 은행 우수 면접자의 합격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채용박람회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음에도 실제 채용된 인원이 미미해 빈 수레만 요란했다”며 “금융권을 둘러싼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함으로써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당국이 금융사 채용에 관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용 실적을 문제 삼을 경우 금융사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행사 후원 역할에만 충실하고 있다”며 “채용박람회를 정규 채용절차로 여기기보단 정보교류의 장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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