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연루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첫 재판에서 법원이 검찰 공소장에 불필요한 내용이 많다며 다시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는 30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을 두고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 위배 여지가 분명히 있는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공소장에는 불필요한 설명 없이 혐의 사실 위주로 간단히 적어야 한다는 게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이다.
재판부는 “판사 생활을 오래 했지만 업무방해죄에 대화 내용이 이렇게 많이 나온 공소장은 본 적이 없다”면서 “공소사실 자체가 지나치게 장황하고 산만하다”고 지적했다. 공소장에 안모 전 환경부 차관이 신 전 비서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전화를 했으나 안 받았다는 내용이 적힌 것을 예로 들며 “공소사실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피고인의 인상을 나쁘게 보이기 위해 이런 것까지 기재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사에게 다음 준비기일까지 공소장을 수정하거나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등을 주장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졌다. 4월 서울동부지검은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동향을 파악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산하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해 그중 13명에게서 사표를 받아낸 혐의, 산하기관 6곳의 공모직(17개)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도 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음 달 29일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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