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 매체 동원해 안전 보장ㆍ제재 완화 관철 노력 강조
대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한 정권이 대외뿐 아니라 대내 선전전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대미 요구인 체제 안전 보장과 대북 제재 완화의 당위성을 환기하며 자기들의 관철 노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불만 여론을 무마하고 체제를 결속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30일 ‘긴장을 조성하는 호전광 무리’라는 논평에서 “‘2019 대침투종합훈련’을 광란적으로 벌리고 해외에서까지 미사일 시험 발사 소동을 벌리려 하는 것은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조선(남한) 호전광들의 책동은 북남 군사분야 합의서에 명백히 배치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엄중히 해치는 반민족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는 우리 군이 23~27일 인천시와 경기 서남부 일대에서 유사시 상황을 가정해 실시한 지역 단위 군사훈련 ‘2019년 대침투종합훈련’을 실시하고, 해외에서 사거리 800㎞ 미사일 시험발사를 추진하는 것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현무2’의 최대 비행거리는 800㎞지만 중국(서해)이나 안전(동해) 문제로 사거리만큼 날리지 못하고 있는데, 군은 해외에서 시험발사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다른 대내 매체인 조선중앙방송(라디오)은 대북 제재를 겨냥했다. 방송은 “(유엔 내 개발도상국 연합체 ‘77그룹’의) 외무상 회의가 유엔본부에서 27일에 진행됐다”며 “외무상 회의에선 우리 공화국(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를 배격하는 77개 집단 성원국들의 일치하고도 원칙적인 입장이 반영된 선언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선언에는 “북한의 발전과 번영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일방적인 경제 제재를 배격한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해당 제재의 즉시 철회를 요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북한이 대내 매체를 통해 각각 체제 안전 보장, 제재 완화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해 “북미 실무협상 전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해왔지만 미국이 셈법을 바꾼 정황은 없는 상황”이라며 “군부와 주민들에게 ‘우리는 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알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북미 실무협상에서 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를 핵심 의제로 삼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최근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에 기대”(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북미 대화 진척 여부는) 미국이 어떤 입장에 서서 행동하는가에 달려 있다”(리기호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 같은 메시지를 여러 계기로 발신하며 실무협상 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장외 여론전도 적극 벌이고 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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