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참 알 수 없고 모순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면 떠오르는 이 가운데 아미리 바라카(Amiri Baraka, 1934.10.7~ 2014.1.9)가 있다. 그는 미국 뉴저지서 태어나 전후의 격동기를 뉴욕과 뉴어크 등 동부에서 보낸, 흑인 민족주의자다. 그는 시인이자 출판인이었고, 재즈 비평가이면서 사회사상가였고, 시민권ㆍ인권 운동가들이 벌이던 비폭력ㆍ평화주의를 하찮게 여기며 흑인들이 힘을 길러 대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선동가였다. 70년대 중반 이후 자칭 마르크스주의자가 된 뒤로는 ‘계급’을 이야기하지 않는 인종정치로부터 다시 등을 돌렸다.
하워드대와 컬럼비아대에서 철학과 문학을 전공한 그는 10대 때부터 시를 썼고, 케루악과 긴스버그 등 비트세대의 시인들과 죽고 못 사는 친구로 어울렸다. ‘토템 프레스’라는 출판사를 직접 차려 그들의 시집을 출간하고 61년 자신의 첫 시집을 내기도 했다. 그러다 65년 말콤엑스가 암살당한 뒤 이름(본명 LeRoi Jones)을 아프리카 식으로 개명하고 인종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그 무렵부터 그는 비트세대의 탈정치 성향을 대놓고 비판했다.
그는 67년 뉴어크 인종 폭동에 가담했다가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돼 3년형을 선고받았다. 1심 판사는 그해 12월 발표한 그의 시 가운데 한 구절 “너희가 한 마디, 마법의 주문을 외면 모든 가게들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다. ‘XX것들아(Motherfucker), 벽에 붙어서! 권총 강도다!’”를 주목하며, 그를 폭동과 약탈을 선동하는 위험분자라 판단했다.
흑인 민족주의자란 점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그는 노골적인 반유대주의자였다. 미국과 이스라엘 권력자들이 ‘9ㆍ11 테러’ 계획을 사전에 알고도 묵인했다는 주장을 담은 에세이를 발표한 적도 있었다. 그는 여러 편의 글을 통해 ‘동성애 혐오(Homophobic)’ 성향을 과시하듯 드러내곤 했고, 극성스러운 여성혐오주의자이기도 했다. 그가 실은 동성애자였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들이 있다.
노예들이 제 처지에 길들여져 의식조차 노예화하면, 제 발목의 사슬이 더 멋지다고 자기들끼리 자랑한다는 소름 돋는 말이 있다. 68년 뉴욕 할렘에서 행한 연설에서 그가 한 말이라 소개하는 글이 여럿 있지만, 확실한 근거는 없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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