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미세먼지 시즌제] <하> 전문가 인터뷰 하>
장영기 미세먼지특위 과학분과위원장 “고농도 시즌 강력 조치 시급”
“시즌제까지 포함하면 미세먼지 정책은 충분하다. 이제는 현장의 이행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내 손꼽히는 미세먼지 전문가로 알려진 장영기(62) 수원대 교수는 본보가 보도한 ‘주목하라 미세먼지 시즌제(9월 24일자 11면, 26일자 8면)‘ 관련 보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90년 수원대학교에 교수로 임용된 후 30년간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 연구에 천착해온 그는 지난 2월 출범한 국무조정실 미세먼지특별위원회 과학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장 교수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과 참여 의지가 높아졌다”며 “정부는 확실한 논리와 과학적 근거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터뷰는 23일 경기 수원시 수원대학교 1공학관 장 교수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3월 1~7일 미세먼지의 위세가 대단했다.
“맞다. 시민들의 체감이 그랬고 전문가들도 우려하는 상황이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보통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유입되면 3, 4일 뒤 고농도가 해소되고 다시 유입과 해소가 반복되는 패턴을 보였는데 당시에는 고농도 미세먼지 유입이 2번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2월 15일 미세먼지특별위원회 발족과 미세먼지특별법 발효 후 보름 만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 국민과 전문가 모두 미세먼지 농도와 지속 기간에 놀랐다. 이 일을 계기로 4월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출범했다.”
-왜 최근 고농도 현상이 자주 발생하나.
“최근 15년간 미세먼지 농도는 떨어졌는데 2013년부터 공기 정체 현상이 일어나면서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배출량 증가보다는 기상 조건, 그 중에서도 풍속을 약화시키는 조건이 중요한 원인이다.”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이 왜 필요한가?
“일회성 비상저감조치로는 한계가 있다. 민간시설인 대기오염 배출시설은 갑자기 가동 중단이 어렵다. 이 말은 배출량을 단기적으로 줄이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효과를 거두려면 배출저감 범위 확대와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서 미세먼지 관리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그 시기가 고농도 시기인 12~3월이다. 핵심은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에 강력한 배출 감축 정책으로 미리 배출량을 낮춰서 고농도 발생 빈도와 강도를 낮추는 효과를 노리자는 거다.”
-시즌제 기간 민간 차량 2부제에 대한 견해는?
“규제정책은 이행률을 고려해야 한다.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은 전체 차량의 10% 정도인 노후 차량의 운행을 제한해 배출량 54%를 줄이자는 거다. 반면에 차량 2부제는 전체 차량 절반의 운행을 줄여 배출량 절반을 줄이자는 정책이다. 규제 정책은 후속 조치가 가능하여야 한다.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은 조기폐차, 저감장치 부착, LPG 전환 등 후속 조치가 가능하나 2부제는 후속 조치가 어렵다. 또한 2부제는 현실에서 강제 규정이 어려워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행률이 10%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제도 시행 시 시민들은 대체 교통 수단이 별로 없다. 서울이야 대중교통이 발달해 있지만 경기 인천 대구 등 주요 대도시는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규제는 불편은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정책이 중심이 돼야 한다.“
-시민들은 시즌제 준비가 됐는가?
“대기오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어린이와 노인 등 노약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해는 노약자부터 나올 거로 예상된다. 미세먼지 개선은 시민들의 관심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참여와 실천은 확실한 논리와 과학적 근거, 합리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이 정도 노력하면 얼마의 불편이 따르지만 그 불편을 능가하는 개선과 편의가 따라온다는 걸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고농도 미세먼지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비시즌 때 미리 준비해야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 때 고통을 줄일 수 있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건 인공 강우, 야외 대형 공기 청정기 같은 비과학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았으면 한다. 획기적 정책을 무리하게 찾기보다는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하면서 이행률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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