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부자가 우크라이나의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측 주장을 거듭 일축했다. 또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만난 것은 사실이나,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는 우크라이나의 관할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29일(현지시간) 유리 루첸코 전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우크라이나 법에 근거해 바이든 부통령이나 아들인 헌터 바이든을 조사할 어떠한 이유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는 “미국의 관할권”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 당국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루첸코 전 총장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이 우크라이나 국내법상 아무런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27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 이어 이날 역시 “부리스마에서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어떠한 횡령 범죄도 헌터 바이든이 이사회 멤버가 되기 2~3년 전에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터 바이든은 2014년 우크라이나 에너지 업체 ‘부리스마’의 이사가 됐다.
이날 루첸코 전 총장은 이번 스캔들의 핵심으로 지목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 줄리아니가 자신에게 ‘우크라이나에서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느냐’고 물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만약 당신(줄리아니)이 내게 요청한다면 나는 모든 공식 정보를 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우크라이나가 관할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이 내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부자와 연관된 불리한 증거가 있느냐’는 BBC 기자의 질문에 루첸코 전 총장은 “나는 우크라이나 법과 관련되지 않은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종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탄핵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의혹은 지난 2016년 부통령 재직 당시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측에 빅토르 쇼킨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내용이다.
쇼킨 총장이 부패 척결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이유였지만, 그 무렵 부리스마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바이든 부통령이 아들 수사에 개입하려 한 것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실제 쇼킨 총장은 곧바로 의회에 의해 해임됐다. 후임 루첸코 전 총장은 올해 들어 부리스마에 대한 수사를 재개했고 이 과정에서 줄리아니와 접촉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우크라이나 새 정부는 지난달 루첸코 총장를 교체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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