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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철거 보상금 노려 보름새 23차례 결혼ㆍ이혼한 엽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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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철거 보상금 노려 보름새 23차례 결혼ㆍ이혼한 엽기 가족

입력
2019.10.13 17:00
수정
2019.10.13 19:2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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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등의 혐의로 저장성 리수이시 공안에 붙잡힌 용의가 판모 씨가 조사를 받고 있다. 판씨 일가는 철거예정지역에서 보상금을 최대한 받기 위해 보름간 23차례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호적을 늘리는 엽기행각을 벌이다 꼬리가 잡혔다. 중신망 캡처
사기 등의 혐의로 저장성 리수이시 공안에 붙잡힌 용의가 판모 씨가 조사를 받고 있다. 판씨 일가는 철거예정지역에서 보상금을 최대한 받기 위해 보름간 23차례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호적을 늘리는 엽기행각을 벌이다 꼬리가 잡혔다. 중신망 캡처

철거 보상금을 노려 인륜을 저버린 한 가족의 엽기 행보에 중국 사회가 경악하고 있다. 일가친척을 총동원해 보름 동안 결혼과 이혼을 23차례나 반복하며 철거 예정지역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후커우(戶口ㆍ호적)를 우후죽순으로 늘렸다가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이들은 형수, 사돈과도 결혼했다고 신고하는 등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과거에도 비슷한 유형의 위장 결혼과 사기 사건이 없던 건 아니지만, 이번 막장 드라마는 해도 너무 했다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 저장(浙江)성 리수이(麗水)시 공안국은 지난달 19일 여성 석(石)모씨와 남성 판(潘)모씨를 비롯해 이들의 가족과 인척 11명을 사기 등 혐의로 체포했다. 공안에 따르면, 개발을 앞둔 비행장 근처 성중촌(城中村ㆍ도시 안의 촌락)에 살던 석 씨는 2011년 이혼한 전 남편 판 씨와 지난 3월 6일 다시 결혼했다. 둘은 이혼 후 왕래가 없었지만, 4월 10일까지 이 지역에서 후커우를 갖고 있는 주민은 최저 생계비 이상의 금전 제공과 함께 40㎡ 상당 주택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규정이 공개되자 서둘러 움직였다.

이들은 6일 만에 다시 이혼했다. 한 가정의 경우 부부는 1가구로 계산하지만, 이혼을 하면 부부 각자가 호주(戶主)가 되기 때문에 2가구로 늘어난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이다. 중국은 지역의 사정에 따라 철거 보상 방식이 다른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존 주택과 토지의 가격에 비례해 보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처럼 호주 자격을 갖춘 인구수에 따라 보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 토지보상법과 물권법은 ‘부동산을 철거할 때 이주 대상자의 거주 조건을 보장하고 생활 수준이 원래보다 더 악화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대원칙으로 규정해 놓았다. 이에 철거 보상을 노린 사기가 극성을 부리다 보니 중국에서 가장 비싼 단어는 철거를 의미하는 ‘철(撤)’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후 서류상 결혼으로 법을 농락하며 족보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꼬이는 사기 활극이 펼쳐진다. 3월 20일 판 씨는 다시 형수인 탕(湯)씨와 결혼해 6일 후 이혼했다. 판 씨는 이혼 후 이번에는 탕 씨의 여동생과 결혼했다. 당초 판 씨와 이혼하며 사기극의 서막을 열었던 석 씨도 가만있지 않았다. 석 씨는 전 남편 판 씨가 형수 탕 씨의 여동생과 결혼하자, 석 씨 자신은 탕 씨 여동생의 원래 남편과 세 번째로 결혼했다.

심지어 이미 수 차례 이혼 경력이 있는 판 씨의 아버지는 3월 11일 사돈인 리우(劉)씨와 결혼했다. 이번 사기극을 기획한 총책인 그는 일주일새 세 번이나 혼인신고를 올리며 거침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두 집안의 형제자매와 일가친척이 동원돼 23차례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고, 철거 보상지역에 후커우를 옮긴 인원이 13명으로 늘었다. 판 씨는 조사에서 “최대한 보상금을 많이 받기 위해 그런 것”이라며 “잘못을 반성하지만 혼인법에는 어긋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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