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관광 기반시설 손실 악재
남부에선 후티 무력도발 계속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관광대국’을 선언한 지 이틀 만인 29일(현지시간) 서부 항구도시 제다의 고속철도 역사에 큰 불이 나 소방대가 진화 중이라고 사우디 국영방송이 보도했다.
사우디 소방당국은 이날 낮 12시 35분쯤 제다의 하라마인 고속철도 역사에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 5명이 부상해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에 따르면 제다역에서 거대한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밤 늦게까지 진화작업이 이어지고 있어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고속철도 운행은 추후 재개 발표가 있을 때까지 중단됐다.
사우디 정부는 매년 성지순례(하지)마다 이슬람 최고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에 200여만명이 몰려 관문 격인 제다까지 큰 혼잡을 빚자 해결책으로 하라마인 고속철도를 건설했다. 2009년 3월부터 73억달러(약 8조8,000억)를 들인 끝에 지난해 9월 개통한 고속철은 두 성지를 왕복하며 제다와 압둘아지즈 국제공항, 압둘라국왕 경제시티 등을 지난다. 이날 화재가 난 제다역 역시 완공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축 건물이다.
주요 관광 기반시설이 불에 타면서 사우디 정부의 관광산업 활성화 정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27일 사우디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관광비자를 발급하며 관광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 남부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아흐야 사레아 후티 대변인은 이날 반군 소유 알마시라 방송을 통해 “지난달 25일 개시된 3일간의 작전에서 대승을 거뒀다”며 “사우디 측 2,000여명을 포로로 생포했고 도주하려던 200여명을 무인기와 미사일 공습으로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후티 반군은 세계 석유시장을 요동치게 한 지난 14일 사우디 핵심 석유시설 공격도 자신들이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군은 이날 사우디군 표식이 새겨진 장갑차가 불에 타고 민간인 복장을 한 포로 수백 명이 일렬로 걸어가는 모습 등이 담긴 ‘증거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우디 군은 관련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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