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연방수사국(FBI)에서 불기소 권고 처분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른바 ‘이메일 스캔들’을 지난 달부터 다시 조사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들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조사라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동기가 담겼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힐러리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모든 공무는 공용 이메일을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어기고, 뉴욕 자택에 개인 이메일 서버를 구축해 공문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지난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당시 클린턴의 대선 라이벌이자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도 이메일 스캔들을 주요 이슈로 삼았었다.
FBI는 본격적인 대선 캠페인이 시작되기 전인 2016년 7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불기소 권고’를 한 바 있다. 수만 건의 메일 중 110건이 비밀 정보를 포함하고는 있었지만, ‘고의적 법 위반’ 의도는 없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WP 보도에 따르면 국무부는 최근까지도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WP는 국무부가 힐러리 당시 장관의 개인 이메일 서버로 메시지를 보냈던 전현직 국무부 고위 관계자 수십 명의 이메일 기록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당시 힐러리 장관에게 직보할 수 있었던 고위직은 물론 이메일을 받은 하위직까지 130명 이상이 몇 주 가량 조사를 받았다고 복수의 전현직 국무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WP는 입수한 서한을 분석한 결과, 대상 공무원들이 수년 전 보낸 이메일들이 소급해서 기밀로 지정됐으며, 이들은 현 시점에서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이) 잠재적 보안 위반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국무부 조사관들이 18개월 전부터 이 사건과 관련한 전직 직원들과 접촉했으며, 한동안 잦아들었던 조사가 지난 8월부터 다시 재개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무부 측은 오바마 행정부 후반기에 시작된 조사가 최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이며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한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백악관에 누가 있느냐와 상관없는 문제”라면서 “수백만 건의 이메일을 살피는 데 3년 반 정도가 걸린 것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WP는 민주당 내 일부 외교 정책 전문가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정적에 맞서 행정부 권력을 행사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조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 하원의 탄핵 조사를 불러온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불거진 시점에 계속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정치적 동기’에 대한 의혹은 더해지고 있다.
국무부 중동담당 차관보를 지낸 제프리 펠트먼은 WP에 “일상적인 일로 생각하고 싶지만, 이상한 점도 있다”면서 몇 주 전 이메일 50여통이 기밀을 다루고 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이중 일부는 자신이 2012년 국무부를 나와 유엔으로 옮긴 뒤 발송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전직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두고 공화당이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 이슈를 계속해서 끌고 가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분석하면서, 민주당 외교 정책 인사들의 평판을 깎아내리려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조사를 받은 몇몇 전현직 관계자들은 국무부 조사관들이 외압 때문에 마지못해 조사에 나선 게 분명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 직원은 WP에 “수사관들이 사과했다”면서 “그들은 그것(조사)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 알고 있었다”며 거들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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