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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실무 협상 나오지 않은 채 여론전만… 북미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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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실무 협상 나오지 않은 채 여론전만… 북미 기싸움

입력
2019.09.29 17:45
수정
2019.09.29 20: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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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리기호 참사관(왼쪽 두번째)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2019 글로벌 평화포럼'에 참석해 있다. 이 포럼에는 민주당 홍익표, 이재정 의원도 참석했다. 연합뉴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리기호 참사관(왼쪽 두번째)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2019 글로벌 평화포럼'에 참석해 있다. 이 포럼에는 민주당 홍익표, 이재정 의원도 참석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당초 이달 하순으로 예고했던 비핵화 실무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은 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전에 주력하고 있다. 실무 협상에 나서기 전 제재 완화 등의 양보 메시지를 받아 내겠다는 계산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제재 문제만큼은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기 싸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리기호 참사관은 28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2019 글로벌 평화포럼'에 연설자로 나서 “미국은 심사숙고하여 진정성과 대담한 결단을 가지고 성근한(성실한) 자세로 조미공동성명의 이행에 나서야 한다"면서 앞으로 북미 대화의 진척 여부는 "미국이 어떤 입장에 서서 행동하는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ㆍ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미군 유해송환 등 북한이 취한 조치를 거론하고 “미국은 말로만 관계개선을 떠들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 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연설과 별도로 이 포럼에 참석한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북미 실무 협상이 언제쯤 열릴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점이 낙관적이다”고 말해 북미 실무 협상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27일 담화에서 미국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힌 것과 비슷한 취지다. 이런 가운데 28일 장일훈 전 유엔 차석대사 등 북한의 유엔 관계자들이 평양발 고려항공편을 타고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져 이들의 다음 행선지에 관심이 쏠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6일 북미 실무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북한은 정작 미국에 확답을 주지 않은 채 외곽에서 담화와 연설 등으로 미국을 채근하는 메시지만 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이달 하순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후에도 미국과 실무 협상 일정을 논의하기보다 권정근 미국 국장 담화(16일) 김명길 북한 측 실무협상 대표 담화(20일) 등을 통해 기대와 압박 메시지가 섞인 고공전을 펼쳐왔다.

이 같은 북한의 이중적 태도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흔들어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과 유엔 총회 연설 등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데다 민주당의 탄핵 추진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져 북한이 기대하는 당근을 내놓기 더욱 어려울 것으로 워싱턴 외교가는 보고 있다.

북미 실무 협상 재개를 두고 기 싸움이 계속되는 형국이지만 한국 정부는 수주 내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뉴욕을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7일 특파원 간담회 및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수주 내에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북한이) 협상으로 돌아올 준비가 돼 있다는 징후가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낙관적 태도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은 “한국 정부는 북한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동기는 무엇인지 사실 그대로 평가해 트럼프 행정부를 도와야 한다. 북한의 행동과 위협, 전략에 대해 솔직히 평가해야 한다”면서 “장밋빛 안경을 끼고 북한을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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