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했던 9월 중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무산됐다. 양측 모두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10월 초에라도 시작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새로운 셈법’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힘겨루기도 여전한 것을 보면 ‘하노이 노딜’ 상황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는 듯하다. 비핵화 협상은 북미 간 70년 적대관계 해소와 맞물려 있어 서로가 한발씩 양보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미 대선 일정을 감안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다.
북한의 최근 대미 메시지에는 비난과 기대가 혼재돼 있다. 미국 뉴욕에서 28일(현지시간) 열린 ‘2019 글로벌 평화포럼’에 참석한 주유엔 북한대표부 실무진은 “말로만 관계 개선을 떠든다”며 미국을 비난했지만, 김성 주유엔대사는 해당 포럼 만찬에서 실무협상 낙관론을 피력했다. 앞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미국의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공동성명 불이행을 지적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에 기대를 걸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선 핵폐기, 후 보상)을 폐기했다지만 이를 대체할 협상안을 내놓지 않는 데 대해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대화와 협상을 원한다는 수준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기자회견에서 9월 중 협상 불발을 공식화한 뒤 “우리는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목표들을 진전시킬 기회가 있다고 믿으며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몰렸지만 북미 협상은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여전히 본질적인 문제는 북미 간 신뢰의 부족이다. 미국은 비핵화 로드맵 마련을 신뢰의 전제로 여기지만 북한은 신뢰가 쌓여야 이 단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동시ㆍ단계론과 미국의 동시ㆍ병행론은 유사한 용어인 듯하지만 접근법이 다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진전을 위해서는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북미 모두가 한발씩 양보하는 결단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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