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으로 돼지고기를 찾는 소비자가 줄고 이에 따라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우려한 돼지고기 소비심리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돼지열병 확산이 본격화한 23~26일 한 대형마트의 국내산 냉장 삼겹살 매출은 전주 동기(16~19일)보다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수입 소고기와 닭고기의 매출은 같은 기간 각각 27%, 30%나 올랐다. 이 대형마트의 삼겹살 구매 고객 수는 같은 기간 10% 감소한 반면 수입 소고기와 닭고기 구매 고객 수는 각각 18%, 12% 상승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같은 기간 국내산 냉장 삼겹살 매출이 2.4% 줄었고, 수입산 소고기와 닭고기 매출은 각각 6.8%, 7.2% 증가했다.
돼지열병 발병 이후 업계와 축산농가들은 출하된 돼지고기는 먹어도 문제 없다는 점을 줄곧 강조하며 소비심리 위축을 경계해왔다. “물량 수급이나 품질 관리 등은 비교적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소비 침체는 회복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돼지고기 소비 감소 추세가 예상보다 빨리 나타나면서 업계의 우려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구제역 파동 당시 돼지고기 소비가 줄고 닭고기 등 돼지고기의 대체재 판매가 늘었던 상황과 비슷하다"며 "대형마트의 국산 냉장 돼지고기 재고가 소진될 경우 가격이 올라가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재고는 이르면 내주부터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상승은 소비심리 위축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7일 삼겹살 소매가격은 kg당 2만1,638원으로, 돼지열병 확산이 본격화한 23일(2만1,087원)부터 이미 꾸준히 상승해왔다. 재고량이 많지 않은 소규모 영업장에선 이미 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경기 안양시의 한 식당은 지난 27일부터 구이용 삼겹살 가격을 100g당 500원 올렸다. 식당 관계자는 “도매가격이 올라서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며 “돼지열병이 지나간다 해도 한번 올린 가격이 다시 조정될 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돼지고기 소비자가격에는 아직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충남 등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 여파 등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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