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계의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인사이자 집권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한일관계에 대해 “우선 일본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한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집권당의 유력 인사가 정부의 유연한 대응을 촉구한 언급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니카이 간사장은 27일 위성방송인 BS TV도쿄(東京)의 프로그램 녹화에서 경색된 한일관계와 관련해 “원만한 외교를 전개할 수 있도록 한국도 노력할 필요가 있지만, 우선 일본이 손을 내밀어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더욱 어른이 되어 한국이 하고 싶은 말도 잘 듣고 대응해 가는 도량이 없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인 2017년 6월 일본 정부 특사로서 방한한 지한파다. 그러나 지난달 1일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제외 결정 연기를 요청하기 위해 일본을 찾은 한국 국회의원단과의 면담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당직 개편을 앞두고 교체설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국에 강경한 인사권자인 아베 총리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총리관저에선 별다른 기류 변화가 없다”라며 “일본 내 여러 우려를 감안한 원론적인 발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8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자민당 개편 인사에서 자리를 지킬 정도로 아베 총리의 신임을 받는 니카이 간사장이 내놓은 발언이 기존과 결이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쉽사리 총리관저의 입장 변화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인 여행객 급감 등으로 지역 관광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 한일 양국 간 민간 교류를 강조하는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아카바 가즈요시(赤羽一嘉) 국토교통장관은 28일 도쿄(東京) 히비야(日比谷) 공원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행사에서 “정부 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민간 교류가 활발하다면 양국의 우호관계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양국 간 여러 문제가 생겨 8월 방일 한국인 여행객 수가 전년 대비 48% 감소하는 등 인적 교류가 축소되는 것은 한일 교류에 관여해 온 한 사람으로서 매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나카야마 노리히로(中山典宏) 외무성 정무관과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등 일본 측 참석자들은 모두 민간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도 축사에서 “양국 관계가 좋을 때도 우리 앞에 여러 도전이 놓여 있을 때도 다양한 민간 교류가 한결같이 지속될 수 있다면 이것이 양국 간 협력을 이끌어 가는 추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1번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선 악화된 한일관계 속에서도 많은 일본인이 한국 음식과 문화 체험을 위해 부스를 찾는 등 성황을 이뤘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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