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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몇 명이 극단적 선택… 성매수자는 판타지 깨질까 봐 알려고 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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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몇 명이 극단적 선택… 성매수자는 판타지 깨질까 봐 알려고 하지 않죠”

입력
2019.10.02 04:40
수정
2019.10.02 09: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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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이 성매매 오피스텔] <하> 확산과 폐해 막으려면

대구여성인권센터 힘내 상담소 정박은자 부소장 인터뷰

“성매매 여성 의료지원 절반이 정신과…척추 망가지고 암도 많이 걸려

대부분 초기에 빚 안고 시작하지만 돈 모아 성매매 탈출해 본 적 없어”

탈성매매 여성들이 자활지원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만든 수공예품들을 정박은자 대구여성인권센터 힘내 상담소 부소장이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자살 시도한 여성들을 돕다가 그 가족을 만나면 성매매 여성 상담자라는 신분을 숨겨야 하기 때문에 얼굴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위기에 처한 여성을 구하다가 오른쪽 엄지에 상처를 입어 밴드로 감았다. 이진희 기자
탈성매매 여성들이 자활지원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만든 수공예품들을 정박은자 대구여성인권센터 힘내 상담소 부소장이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자살 시도한 여성들을 돕다가 그 가족을 만나면 성매매 여성 상담자라는 신분을 숨겨야 하기 때문에 얼굴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위기에 처한 여성을 구하다가 오른쪽 엄지에 상처를 입어 밴드로 감았다. 이진희 기자

“저희가 만나는 성매매 여성들마다 손목을 그은 흔적이 있어요. 저희는 우선 팔부터 보자고 해요. 성매매 이전에 빈곤, 가정 해체나 폭력적인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경우가 많아요. 성매수 남성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믿지 않으려고 합니다. 평등하게 거래하는 것이고 심지어 자신들이 돈을 줘서 여성을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판타지’를 깨기 싫은 거죠.”

2002년부터 성매매 여성들을 상담하고 존스쿨(성매수 남성의 재범 방지 교육 프로그램) 강사로 참여해온 대구여성인권센터 힘내 상담소의 정박은자 부소장은 성매수 남성들이 성매매 여성들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눈 감으려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올해도 몇 명이 자살했어요. 늘 자살시도가 있어요. 저희 상담원에게 ‘그 동안 고마웠다’고 문자가 오곤 하는데, 그러면 놀라서 현장으로 달려가죠.”

주로 빈곤과 여러 폭력적인 상황에서 학교를 중간에 그만 둔 여성들이 유입되는 곳이 숙식을 제공하는 성매매 업소. 생활정보지나 구직사이트에서 여성 숙식이 가능한 일거리를 찾다 보면, 상당수가 성매매 업자에게 연결된다. 그리고 한번 발을 들이면 무척 빠져 나가기 어렵다. 정박 부소장은 “단기간에 끝나는 경우는 없다”며 “치장이나 성형 등 초기비용을 모두 업소에서 지불해주고 그 빚을 안고 출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확히 30일을 채워야 수익을 나줘 주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성매매로 돈을 번 여성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대부분 빚에 허덕인다.

또 성매매를 그만두려는 여성에게 업소 관련자들, 혹은 성매수 남성들이 소문을 내는 방식으로 묶어 두기도 한다. “성매매 여성들은 가족에게, 특히 자녀를 둔 여성들은 자녀에게 성매매 사실이 알려질 까봐 두려움에 떨어요. 자식에게 알려져서 자살하기도 해요.” 업소 등에서 그런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는 성매매로 단기간 고소득을 올려 학비를 마련하고 성매매를 그만두는 여대생과 같은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런 사례는 본 적이 없다. “정신적 고통, 그리고 시간 투입으로 볼 때 공부와 병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들이 탈성매매 후 자활지원센터 참가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만든 수공예품들. 이진희 기자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들이 탈성매매 후 자활지원센터 참가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만든 수공예품들. 이진희 기자

정박 부소장은 “성매매 여성들은 사회적 낙인을 스스로 내면화한다”고 했다. 혐오ㆍ차별ㆍ무시를 자신에게 투영하고, 이는 돌파구 없는 성매매 재생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어렵게 탈성매매에 성공하고 자활활동을 하고 있는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후 6시쯤 버스를 타고 퇴근 하는 평범한 사람들 속의 그 시간이 너무나 좋다”고. 오후 6시는 늘 화장을 하고 오늘은 어떤 손님이 올 지 걱정돼 심장이 뛰는 시간이었다.

대구여성인권센터 자료집을 보면, 지난해 성매매 여성 의료지원 491건 중 절반 가량인 212건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였다. 산부인과 55건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자료집에는 ‘성매매 피해 후유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불면증, 알콜 의존증, 강박증, 조현병, 자해행위, 자살충동 진단을 받고 있다’고 돼 있다. 정박 부소장은 “상담한 여성들 중에서 약을 먹지 않은 경우는 한번도 못 봤다”고 했다. 성매매 여성들은 또 허리 척추가 망가지거나 암을 얻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인터넷 발달로 10대 성매매 여성이 늘어 또 다른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정박 부소장은 “앱을 통해 단건으로 성매매에 나서는 10대들을 업주들이 노리고 찾아 협박하기 때문에 결국 업소 성매매로 발을 들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성매매를 막으면 성폭력이 늘어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는 “성매매 합법화 국가들이 오히려 성폭력이 높아지는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성매매 여성을 제외한 성매매 사범들을 처벌하는 노르딕(북유럽) 모델을 도입한 스웨덴 등은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성매매 여성이 절반으로 줄고, 성매수 남성 비율이 13.6%에서 7.6%로 감소했다는 통계가 있다. 성매매 여성들의 처벌을 면제하면 업주 등의 혐의를 자세히 진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우리가 있기 때문에 보통 여성들이 강간을 안 당한다’고 말하곤 해요. 업주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착각하는 거죠. 그 말 들으면 진짜 눈물이 나요.”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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