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나는 부자 아니다”
국내에서 금융 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는 지난해 말 기준 32만3,000명으로, 이들 중 45%는 서울, 20%는 강남3구에 사는 걸로 나타났다. 연 평균 2억2,000만원을 벌고 월 평균 생활비로 1,040만원을 쓰는 이들이지만 절반 이상은 스스로를 부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향후 유망 투자처로 빌딩ㆍ상가(부동산)와 주식(금융)을 꼽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9 한국 부자보고서’를 29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31만명으로 집계된 국내 부자는 지난해 1만3,000명(4.4%) 늘었다. 2017년 한 해 동안 3만9,000명(14.4%) 늘어난 것에 비하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는데, 이는 재작년 연간 21.8% 급등했던 코스피가 지난해 17.3% 급락하며 부자들의 주식 자산이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부자들이 보유한 총 금융자산(2,017조원)은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부자들은 서울(14만5,000명) 경기(7만1,000명) 인천(1만명) 등 수도권(69.6%)에 집중 거주했고, 지방에선 부산(2만4,000명) 대구(1만5,000명) 경남(1만명) 순으로 많이 살았다. 서울 부자의 거의 절반(46.6%)은 서초ㆍ강남ㆍ송파 등 강남3구에 거주했는데, 이는 전국 부자의 21%에 해당한다.
부자들은 조사 시점(올해 5~6월) 기준 전체 자산의 53.7%를 부동산, 39.9%를 금융자산, 나머지를 회원권ㆍ예술품 등에 투자하고 있었다.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이전처럼 50%대 초반을 유지했지만, 금융자산 비중은 주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5년 만에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부자들은 유동성 금융자산 비중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렸는데, 이는 경기 불안과 부동산 규제 확대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산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부자들은 장기적으로 수익이 예상되는 유망한 투자처로 부동산 분야에서는 상가ㆍ빌딩(46.5%), 금융에서는 주식(27.5%)을 꼽았다. 평균 투자 기간은 금융자산은 3년, 부동산은 6년 정도였고, 최근 3년간 투자하면서 손실을 본 비율은 40.3%로 집계됐다. 부자 중 고수익ㆍ고위험 투자를 선호(적극투자형ㆍ공격투자형)하는 이들의 비중은 17.0%로 일반인(8.7%)의 2배였다.
부자들의 주요 자산 축적 원천은 사업소득(47.0%)으로 2순위인 부동산투자(21.5%)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중이 컸다. 사업소득으로 자산을 형성했다는 응답은 2014년에 비해 14.5%포인트 증가하고 상속ㆍ증여와 부동산 투자는 각각 10.0%포인트, 4.5%포인트 감소했다.
부자 가구의 연간 소득은 평균 2억2,000만원으로 일반가구(5,700만원)의 3.9배 수준이었다. 이 중 노동소득 비중은 63.0%, 재산소득은 32.5%였다. 부자 가구가 주거, 교육, 여가ㆍ취미 등 순수 생활비로 쓰는 소비지출액은 월 평균 1,040만원으로 일반가구(254만원)의 4배였다. 저축 여력(소득에서 생활비 세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을 제외한 금액)은 연 평균 6,620만원으로 월 550만원 꼴이었다.
국내에서 부자로 분류될 수 있는 최소 자산을 묻는 질문에는 50억원(22.7%), 100억원(18.3%), 30억원(17.2%)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평균은 67억원이었다. 부자들 중 ‘지금 나는 부자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45.8%에 불과했다. 특히 자산 50억원 돌파를 목전에 둔 4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자산가들은 5명 중 1명(21.1%)만 자신이 부자라고 인식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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