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던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관련법 손질에 들어간다. 우선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이 가입한 지 한 달 안에 탈퇴를 청구하면, 조합이 가입비를 비롯한 비용 일체를 돌려줘야 한다. 또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자격과 조합설립인가 요건도 강화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고 29일 밝혔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무주택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조합을 구성해 용지를 매입하고 주택을 짓는 것이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던 1980년대 도입돼 한때 무주택 서민들이 청약통장이 없이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각종 조합의 비리와 허위ㆍ과장 광고, 사업 장기화 등 사회적 문제를 낳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택조합 가입자가 조합설립 인가 전 탈퇴를 요구할 경우 명확한 환급 규정이 없는 점을 악용해 조합이 조합원의 납입 대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고, 관련 자료 공개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주택조합 가입자가 원할 경우 가입비 등을 예치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청약 철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모집 주체는 주택조합 가입자들이 납부한 일체의 금전을 시행령에서 정하는 별도 기관에 에스크로(escrow) 계좌로 자금을 예치했다가 가입자가 청약 철회를 원할 경우 납입금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또 모집 주체가 청약 철회를 요구한 가입자에게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조합 가입 신청자가 주택조합의 허위ㆍ과장 광고 등으로 계약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가입하면서 선의의 피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또 주택조합의 발기인 또는 임원은 연간 자금운용 계획, 자금집행 실적 등을 매년 정기적으로 시ㆍ군ㆍ구에 제출해야 하며, 위반 시 시정요구와 함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와 함께 주택조합이 입주자모집 승인을 받고 분양할 때 표시ㆍ광고 사본도 시ㆍ군ㆍ구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 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연내 공포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가입 요건과 조합설립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도 현재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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