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에 대한 신뢰는 유별날 정도다. 부산에서 변호사사무실 개업 때의 사무장과 끝까지 함께 일한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그 사무장이 작성한 회계장부는 한 번도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내가 전적으로 믿어줬기 때문에 그 사람도 최선을 다했다”고 문 대통령은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참여정부 시절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한 인사는 “전문성이나 소신이 없는데도 태도가 좋고 조용해 문 대통령이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들이 지금 여럿 있다”고 책에서 밝혔다.
▦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보면 ‘아는 사람’이나 ‘믿는 사람’을 주로 쓴다. 게다가 웬만해서는 사람을 쉽게 교체하지 않는다. 취임 후 중용한 인물들을 분석하면 크게 세 부류인데, 부산에서 인연을 맺거나 참여정부에서 일한 사람들, 그리고 민주당 인사들이다. 협소한 인재 풀과 사람에 대한 무한 신뢰는 종종 인사 검증 실패로 나타난다. 대통령이 믿고 추천하는 인물을, 큰 결격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안 된다”고 소신 있게 말할 측근들은 별로 없다. 특히 청와대 참모진이 무난하고 착한 인물 위주로 구성됐다면 쓴소리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 문 대통령이 사람을 발탁하는 또 다른 통로는 책이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문 대통령은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를 청와대나 정부 주요 직책에 자주 기용해왔다. 현직만 꼽아봐도 김연철 통일부 장관(‘협상의 전략’)과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이상한 정상가족’), 이정동 경제과학특보(‘축적의길’), 권구훈 북방경제협력위원장(‘명견만리’) 등이 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진보집권플랜’)도 그런 경우다. 2010년 문 대통령이 책을 읽고 소감을 적은 편지까지 보냈다.
▦ 이른바 ‘독서 인사(人事)’는 유능한 인재 발굴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책이 저자의 학식과 경륜, 덕망 등을 두루 보여주기는 하나 그 사람의 본모습은 다를 수 있다. 쌍방향이 아닌 일방적이라는 책의 특성상 과대평가 위험이 도사린다. 그러기에 다양한 경로를 통한 철저한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책만 보고 별 검증도 없이 중책을 맡겼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왕왕 있다. 조 장관도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 의혹이 드러났다면 문 대통령 생각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문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것이라고는 하나 사인(私人)일 때와는 방식과 기준이 달라야 한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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