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기준금리 추가인하 시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이 전망했던 올해 2.2% 성장은 달성하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수정 경제전망 발표 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이달 소비자물가가 지난달(-0.04%)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전년동기 대비)할 거란 전망도 내놨다. 모두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거란 예상을 강화하는 진단이다.
29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7월 (주요 경제지표)전망치를 내놓은 이후 두 달 간의 흐름을 종합하면 하방리스크가 (상방리스크보다)좀 더 크지 않나 싶다”며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을 시사했다. 그는 세계 경기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우디 원유 생산시설 파괴 등의)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연내 상승 반전할 계기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국내 경제에 대해서도 반도체 경기 부진에 따른 수출·투자 감소, 소비 증가세 둔화를 들어 당장은 반등이 어렵다는 관측을 내놨다.
물가에 대해선 “지난해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9월 물가상승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1.8%)이 사상 처음 1%대로 떨어진 것에 대해 “8월 물가가 예상보다 많이 낮아진 점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최근의 물가상승률을 디플레이션 징조로 보는 시각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만약 올해 농축수산물 가격이 작년 흐름을 이어갔다면 (물가상승률이)0%까지 안 갔을 것”이라며 “(가격 변동이 심한)농수산물·석유 가격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0.8~0.9%로 1%에 가깝고, 여기에 정부 정책 영향(무상교육, 무상급식,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에 따른 물가 억제 효과)을 제거하면 1%를 넘어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디플레이션 시기에 물가 조사 대상 품목 중 60~70%가량이 마이너스였던 데 비해, 우리는 30% 미만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향후 물가상승률은 빠르면 연말, 아니면 내년 초엔 기저효과가 해소되면서 1% 내외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내년 경기 전망에 대해 “좀 더 판단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기구나 개별국 전망을 보면 ‘미중 무역분쟁이 더 이상 악화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내년 성장률 전망을 올해보다 높이고 있다”며 에둘러 낙관론을 피력했다. 이 총재는 향후 국내 경기 성장세를 가를 양대 핵심 변수로 미중 무역분쟁 전개 양상과 반도체 경기 회복 정도를 들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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