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이라크 미국대사 시절 “WMD 정보는 허위” 부시 행정부에 반기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이 됐던 대량살상무기(WMD)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라크전의 부당함을 주장했던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가 2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69세.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윌슨 전 대사가 이날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자택에서 장기부전으로 숨졌다고 그의 전 부인 밸러리 플레임을 인용해 보도했다.
고인은 전 부인 플레임과 함께 이라크전이 발발한 2003년, 미국 사회를 뒤흔든 ‘리크게이트’의 주인공이다. 리크게이트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행정부가 ‘이라크는 WMD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라크전을 일으키자, 윌슨이 “부당한 전쟁”이라고 반박하면서 시작된 사건을 일컫는다.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는 윌슨 전 대사를 아프리카 니제르에 보내 ‘이라크 정부가 핵무기 제조를 위해 우라늄을 사들이려 했다’는 정보를 조사하도록 했다.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윌슨 전 대사는 해당 정보가 허위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를 묵살하고 이라크에 선제 타격을 가했다. ‘2차 이라크 전쟁’의 발발이었다.
윌슨 전 대사는 이에 NYT 기고문을 보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논리를 “전혀 근거가 없다”면서 공개적으로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며칠 후,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한 칼럼니스트가 “윌슨의 주장은 악의적인 부시 정부 공격”이라면서 그의 부인이었던 플레임이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플레임은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 특검 수사를 통해 딕 체니 당시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루이스 리비 등이 플레임에 관한 정보를 언론에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커다란 정치적 파문이 일었다. 리비는 2007년 3월 위증, 사법방해 혐의로 징역 2년 6월형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았다.
그 이후에도 고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국가안보 목표는 이라크를 장악한 ‘사담 후세인의 무장해제’였다” “이라크를 침략ㆍ점령하는 일에 관여할 필요가 없었다” 등과 같이 주장하면서 부시 정부 비판을 계속 이어 갔다. 국제적인 유명인사로 떠오른 윌슨과 플레임 부부의 이야기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2017년 이혼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