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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트럼프-사우디 왕세자ㆍ푸틴 통화 녹취록도 ‘접근 제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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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트럼프-사우디 왕세자ㆍ푸틴 통화 녹취록도 ‘접근 제한’ 강화”

입력
2019.09.2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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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N방송 보도… “국가안보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 정상 간 통화 열람 제한” 

 트럼프-젤렌스키 통화록 별도 기밀 시스템 보관 사실로… 내부고발 신빙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히스패닉 문화유산의 달(Hispanic Heritage Month)’ 행사에 참석해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히스패닉 문화유산의 달(Hispanic Heritage Month)’ 행사에 참석해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통화 내용 공개로 탄핵 위기에 처한 가운데,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또 다른 해외 지도자들의 민감한 전화통화 녹취록에 대한 접근 제한을 이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을 열람하는 게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까지 이르렀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7월 말) 통화 녹취록이 별도 기밀 시스템으로 옮겨져 저장됐다”는 내부고발자의 주장도 사실로 드러났다. 미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 개시를 촉발한 내부고발의 신빙성이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1년여 전부터 트럼프-해외 정상 통화내용 접근권 대폭 축소 

이 문제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CNN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해외 정상 간의 대화 내용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는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와의 통화 녹취록의 경우, 통상 백악관 직원들에겐 요약본이라도 볼 수 있는 접근권이 주어져 왔는데 이 녹취록을 열람한 관리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회람조차 되지 않았다. CNN은 “고위급 회담 이후 녹취록이 이처럼 철저한 비공개로 남아 있는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이 통화는 지난해 10월 터키에서 살해된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 미 정보당국이 그 배후에 사우디 정부가 있다고 밝힌 시점에 이뤄진 것이다.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역시 최소 한 개 이상의 녹취록이 ‘접근 제한’ 상태에 있다고 전직 트럼프 행정부 관리는 CNN에 말했다. 다만 이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들 정상 간 대화록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녹취록과 동일한 서버에 저장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미국 뉴욕의 9ㆍ11 테러 공격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아넣은 문제의 7월 말 전화통화를 했던 상대방이다. 뉴욕=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미국 뉴욕의 9ㆍ11 테러 공격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아넣은 문제의 7월 말 전화통화를 했던 상대방이다. 뉴욕=AP 연합뉴스

백악관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건 1년여 전쯤이다. 말콤 턴불 당시 호주 총리나 엔리케 페냐 당시 멕시코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 일부가 외부에 알려져 문제가 되자, 통화 녹취록을 보거나 녹음 파일을 들을 수 있는 대상을 대폭 축소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터지면서 보안 강화 노력이 더욱 심해졌다는 게 전ㆍ현직 관리들의 설명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 또는 푸틴 대통령과 나눈 논의와 관련한 정보를 숨기려는 이런 시도는 ‘대통령의 대화’에 대한 접근권을 엄격히 제한하려는 트럼프 보좌진들의 예외적인 노력을 보여 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려고 그런 조치(정상 간 통화내용 접근 제한)를 취한 건 (최근의)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통화 녹취록 은폐 시도가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백악관 관리들은 기밀 정보뿐만 아니라, 행정부가 유출되길 바라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세한 통화 내용을 외부로부터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조사해 달라” 은폐 시도 의혹도 더 커져 

이에 앞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녹취록이 일반적 경우와는 달리, 별도의 기밀 보안 시스템에 저장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백악관 고위 당국자한테서 받은 성명을 인용, “국가안보회의(NSC) 변호사들이 해당 기밀 문서에 대해 ‘적절하게 취급돼야 한다’고 지시를 내렸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정상 간 통화 내용이 기록된 문서를 보관하는 통상적인 시스템이 있는데도, 지난 7월 25일 이뤄진 미ㆍ우크라 정상 간 대화는 국가안보상 기밀 문건을 저장하는 또 다른 시스템에 따로 저장함으로써 매우 엄격한 ‘접근 제한’ 상태에 두었다는 뜻이다.

백악관은 해당 녹취록이 이미 기밀로 분류됐던 만큼, 이러한 조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의혹이 불거진 뒤 “별 것 아닌 통화였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던 모습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내년 대선의 유력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녹취록 자체를 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는 추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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