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소식통 인용해 보도… “中중앙정부, 미중 관계 맥락서 송환법 문제 판단”
홍콩 정부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발표하기에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이를 승인받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3개월 이상 이어진 반대 시위로 홍콩 정국을 요동치게 했던 문제의 송환법에 대한 철회 결정은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가 아니라, 대부분의 예상처럼 중국 중앙정부가 내렸던 셈이다.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SCMP 보도에 따르면, 람 장관은 지난 4일 송환법 철회를 전격 선언하기 직전 시 주석에게 이 같은 자신의 구상을 보고한 뒤 승인을 받았다. 홍콩 정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 매체에 “법안 철회는 홍콩의 수장 임명과도 같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기 때문에 시 주석의 (최종) 승인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중앙 정부가 이미 이 문제를 미중 관계의 맥락에서 보고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홍콩 정부에 주어진 여지는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에서는 지난 6월 이후 송환법 문제로 홍콩의 정치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에서도 중국 중앙정부의 ‘대리인’ 격인 람 장관이 사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많지 않다는 관측이 있어 왔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람 장관은 홍콩 사업가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자신의 무능력에 좌절감을 표하면서 “선택할 수만 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사람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장관직을) 그만두는 것”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송환법 철회 선언 이후에도 홍콩에선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당초 송환법 반대로 출발한 시위대의 요구는 시간이 흐르면서 반(反)중국 성향마저 띠며 확대됐다. 홍콩 민주화 진영은 송환법 공식 철회뿐 아니라,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의 요구 사항이 모두 관철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결국 송환법 철회가 공식 발표되면서 시위 동력이 다소 떨어진 데다, 홍콩 정부가 이를 계기로 강경 대처와 대화를 병행하는 강온 양면책을 구사하면서 거리의 시위대 규모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시위 주도 세력이 온건파와 강경파로 분화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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