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와 함께 제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입니다. 우리나라도 2011년 제정된 치매관리법에서 이 날을 ‘치매극복의 날’로 지정해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치매 환자가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치매 환자 수는 이미 75만명에 이르렀고, 5년 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됩니다. 80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이고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이 85세에 가까워졌으니, 우리나라에서는 결혼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양가 부모 네 분 중 한 분이 치매를 앓게 될 가능성을 가진 셈입니다. 그야말로 치매는 ‘누구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냐’의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가족에게도 다가올 수밖에 없는 치매, 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요?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알츠하이머병’
치매란 다양한 원인에 의해 후천적으로 기억력, 언어능력, 판단력, 시공간 파악능력 등 여러 인지 기능이 나빠져 스스로 일상생활을 해나가기 어려운 상태를 말합니다. 주로 노년기에 많이 발생하며 치매를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질환 중에서 알츠하이머병이 60~70%로 가장 흔하고, 뇌혈관질환에 의한 혈관성치매가 15~20%로 두 번째로 많습니다. 그 외에도 루이소체병이나 파킨슨병 등 여러 뇌질환에 의한 치매가 나머지 10~15%를 차지합니다.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병은 퇴행성 뇌질환으로 인해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병을 일컫습니다. 새로운 내용이 머릿속에 저장이 되지 않는 입력장애 형태의 기억장애가 첫 증상으로, 과거의 사실에 대한 기억은 잘 유지되는 반면에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더 기억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같은 물건을 반복해서 구입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게 되고, 병이 조금씩 진행되면서부터는 집중력 저하, 판단력 저하, 언어능력 저하 등이 따라오면서 나중에는 모든 종류의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게 됩니다.
◇발병 초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
치매란 원인에 관계없이 인지기능의 저하가 심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 가능한 치매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치매는 아직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습니다. 다만, 치매를 조기에 치료하기 시작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5년 뒤 요양시설에 입소할 가능성을 4분의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조기 치료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나이 들어 생기는 단순 건망증과 치매 초기 증상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치매는 옛날 일은 훨씬 더 잘 기억하면서 바로 어제 혹은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쉽게 잊어버리고, 예전과는 다르게 의심이 늘거나 과민해지는 등의 성격이나 행동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치매로 인한 기억감퇴는 조금씩 나빠지기 때문에 6개월 전 혹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당장 큰 불편함은 없더라도 미리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치매 가족력이 있거나 정신을 잃을 정도로 머리를 다친 적이 있었던 사람, 술 담배를 오래한 사람,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은 사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생활습관 질환을 오래 앓고 있는 사람은 반드시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우리 부모님이 치매가 아닐까 걱정이 된다면 먼저 중앙치매센터가 개발 보급하고 있는 ‘치매체크’ 앱을 다운 받아 간단히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 인지감퇴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치매로 의심 됨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병원 진단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환자가 싫어한다고 방치하면 훨씬 더 악화된 후 치료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므로 가족들의 각별한 관심과 설득이 필요합니다.
◇전문적 치료와 효율적 돌봄이 중요
치매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이뤄집니다. 약물 치료에는 저하된 인지기능을 유지 또는 개선시키거나 악화를 늦추기 위한 인지기능개선제와, 우울, 불면, 성격변화, 환각, 공격성 등의 정신행동증상 개선을 위한 정신약물치료가 있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완치되는 경우가 많지만, 적절하지 못한 약물치료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예기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하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를 받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치매는 약물치료와 함께 비약물치료를 병행할 때 최상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인지자극, 인지훈련, 회상치료, 음악치료, 운동요법 등이 효과적인 비약물치료에 해당합니다. 특히 치매 전 단계(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 단계에서는 비약물치료를 일상에서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경과를 개선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ICT는 이런 비약물치료를 일상 생활화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 수단입니다. 최근 다양한 ICT 기반 비약물치료법 개발이 활발합니다만, 전문성이 없는 콘텐츠 구성이나 효과에 대한 검증 부족으로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치매는 치료와 함께 돌봄이 반드시 필요한 질환입니다. 집안에 치매 환자가 생기면 통상 어느 한 분이 돌봄을 전담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만, 혼자서 모든 돌봄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할 수 있는 돌봄을 십시일반 힘을 합쳐야 합니다. 아울러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공공돌봄서비스를 자신의 상황에 맞게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3-3 치매 예방 수칙>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치매에 걸릴 확률을 33% 이상 낮출 수 있습니다. 치매가 없는 건강한 노인이라면, 중앙치매센터에서 권장하는 ‘3권(勸), 3금(禁), 3행(行)’의 3-3-3 치매 예방법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이 좋습니다.
1. 3권(勸, 즐길 것)
운동: 일주일에 3번 이상 걷기 (한번에 20~30분씩, 주 3회 이상)
식사: 생선과 채소 골고루 먹기
독서: 부지런히 읽고 쓰기 (뇌세포를 지속적으로 자극해줄 수 있는 두뇌활동)
2. 3금(禁, 참을 것)
절주: 술은 한 번에 3잔보다 적게 마시기
금연: 담배는 피지 않기
뇌손상 예방: 머리는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기
3. 3행(行, 챙길 것)
건강검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3가지를 정기적으로 체크하기
소통: 가족, 친구와 자주 연락하고 만나기
치매 조기발견: 매년 보건소에서 치매 조기검진 받기
*중앙치매센터는 치매관리법에 근거해 보건복지부가 설치한 국가치매관리의 중앙본부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운영 중이며 판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치매 관련 정보는 중앙치매센터 홈페이지(www.nid.or.kr)의 ‘알짜정보 내비게이션’을 통해, 또는 중앙치매센터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 “18세의 기억을 99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삽시다”)를 통해 안내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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