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스캔들’ 관련… “트럼프, 대통령직 남용ㆍ국가안보에 엄청난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전화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조사’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 워싱턴 정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미국의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 300여명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 하원의 탄핵 조사 개시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안보 또는 외교정책 분야에서 일했던 전직 관리 300여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대통령의 행위를 엄청난 국가안보상 우려로 여긴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와 우리(미국)의 관계, 국제 무대에서의 우리나라의 정책은 오로지 국가이익에 기반해야 한다”며 “미리 판단하고 싶진 않지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탄핵 절차를 진행하는 게 불가피할 만큼 충분히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성명에서 이들은 먼저 “국가안보 전문가로서 우리 중 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 그리고 그 행위가 우리의 안전과 안보에 미칠 영향을 오랫동안 걱정해 왔다”면서도 “우리 가운데 일부는 목소리를 높였으나, 대부분은 공개적으로 끼어들진 않았다”고 반성을 표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최근 드러난 사실들은 응답을 요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적 절차(내년 대선)에 외국을 추가로 개입시키려고 이 나라 최고위직의 권한과 자원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공개 성명 발표 이유에 대해선 “우리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의 외교정책과 국가안보는 대통령의 개인적 특권을 충족하는 데 이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성명은 버락 오바마(민주당)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이들이 주축으로 참여한 ‘내셔널 시큐리티 액션(NSA)’이라는 단체가 주도했다. 하지만 공화당 집권 시절의 당국자들도 포함돼 있다고 WP는 전했다. 예컨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법무부에서 근무하다가 오바마 행정부 때 국가대테러센터장을 지낸 매슈 올슨,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극동담당 차관보였다가 오바마 행정부 들어 국무부 부장관을 맡았던 윌리엄 번스 등도 성명서에 서명했다는 것이다. WP는 “국무부뿐 아니라 정보당국이나 국방부, 국가안보회의, 국토안보부 등에서 일했던 관리들도 성명에 동참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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