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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 증대로 삼고 있는 ‘행복한 나라’ 부탄에서 마약과 알코올 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부탄이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채로 술과 마약 등에 노출되면서 중독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FP가 인용한 최근 부탄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부탄의 사망 원인 1위는 알코올 중독으로, 질병에 의한 사망 중 50% 이상이 알코올 중독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살 사건의 70% 이상은 마약ㆍ알코올 중독과 연관이 있다.
매체는 특히 부탄 젊은이들 사이에 마약 사용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 전국 단위 조사에서 대학생의 3분의 2가 용돈을 술, 마약 등을 사는 데 쓴다고 답했다. 수도 팀부의 경찰은 2017년 규제 물질 남용, 소지, 불법 거래와 관련해 약 600명을 체포했는데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였다. 또 13~17세 청소년의 10% 이상이 마리화나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부탄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마리화나 사용 청소년 비중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마약과 알코올 중독 문제는 경제적으로도 부탄 사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부탄의 공식 통계기관에 따르면 2014년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알코올 판매 수익의 4배에 달하는 약 7,000만 달러다..
FP는 부탄인들이 알코올 중독과 마약 중독이 부탄의 주요 사회 문제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히말라야 산맥의 은둔왕국’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침묵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남동생이 18세에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는 것을 지켜봤고 자신도 알코올 중독자인 케상(가명)은 “모든 종교 행사에서 술이 사용되는 등 부탄인은 음주를 고유 문화로 받아들여 온 데다 국가가 알코올 중독을 심각한 문제로 다뤄주리라는 기대를 버렸다”며 “정부 관계자들은 국가의 도전 과제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지만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FP에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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