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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바마의 ‘미국 공장’

입력
2019.09.27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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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의 스티븐 보그나르(왼쪽부터) 감독과 미셸 오바마, 줄리아 라이케르트 감독,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의 스티븐 보그나르(왼쪽부터) 감독과 미셸 오바마, 줄리아 라이케르트 감독,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업체(OTT)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120억달러, 올해는 150억달러, 내년에는 175억달러에 달한다. 유명 연예인이나 감독 등의 영입에도 거액을 쓰고 있는데,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유명 방송작가 겸 기획자 숀다 라임스는 1억달러를 받고 넷플릭스를 위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넷플릭스는 버락ㆍ미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에도 손을 뻗었다.

□ 오바마 부부는 백악관을 나온 뒤 하이어 그라운드(Higher Ground) 프로덕션이라는 제작사를 차렸다. 넷플릭스를 물주로 해 최근 첫 선을 보인 결과물이 ‘아메리칸 팩토리’다. 오하이오주 데이튼의 한 공장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다. GM 자동차 공장이 2008년 문을 닫으며 영화는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실직해 고통을 겪던 중 희소식을 접한다. 중국 기업 푸야오가 옛 공장 자리에 자동차 유리 생산시설을 세우고 사람들 모집에 나선다. 재취업에 성공한 미국인들이 어렵게 중국식 생산 방식에 적응하고, 중국인들은 미국 생산시설을 안착시키려는 과정이 이어진다.

□ 흥미로운 장면이 여럿 나온다. 중국인 경영진은 미국 공장에 노조가 생기면 끝장이라고 생각한다. 노조가 생길 조짐이 보이자 노조 설립과 가입을 막기 위해 임금 인상 등 당근을 제시한다. 미국 직원 몇몇은 중국 본사를 방문하는데, 중국인의 열악한 근무 조건을 보고 놀란다. 본사에도 노조 비슷한 조직은 있으나 회장의 처남이 대표를 맡고 있는 ‘어용’이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 자본주의의 상징 미국이라는 상식은 여지없이 깨진다. 영화를 보다 보면 중국과 미국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 ‘아메리칸 팩토리’는 중국인과 미국인이 우여곡절 끝에 융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 등장인물이 던지는 “우리는 하나”라는 말은 상징적이다. 데이튼은 한때 제조업으로 번성했다가 퇴락한 지역인 러스트 벨트에 속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일조한 곳이다. 오바마 부부가 의도했든 안 했든 다큐멘터리는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하이어 그라운드’는 좀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보자는 의미를 띠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미셸 오바마가 한 말이 떠오른다. “그들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는 품격 있게 갑시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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