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연세대 정외과 압수수색서 채점표 등 못 찾아… 배경 둘러싸고 분분
조국 법무부 장관의 아들 조모(23)씨 채점표를 비롯해 연세대에서 최근 4년치 정치외교학과 대학원 입시자료 일부가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연세대는 분실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고의적 폐기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7일 검찰과 연세대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3일 조씨가 재학 중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조씨가 제출한 입시 자료들은 압수했지만 조씨가 입학한 지난해 1학기 지원자 면접평가와 서류평가 채점표는 확보하지 못했다. 못 찾은 게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학과 사무실에서 사라진 채점표는 2015년 2학기부터 올해 1학기까지 4년치다. 해당 서류는 4년간 학과 사무실에 보관하는 게 원칙이다.
조씨는 2017년도 2학기 정치외교학과 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에 지원했지만 탈락한 뒤 바로 다음 학기인 지난해 1학기에 재응시해 합격했다. 사라진 채점표에는 심사위원을 맡은 교수들이 지원자에게 개별적으로 부여한 점수가 기록돼 있다. 검찰은 이를 확보해 조씨의 대학원 입학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려던 계획이었다.
확인 결과 검찰 압수수색 직전 해당 서류들이 없어진 건 아니었다. 정치외교학과는 이미 채점표 분실을 알고 있었다. A 교수는 “얼마 전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료제출을 하라고 해서 학과 사무실 캐비닛을 열었더니 해당 서류가 없었다”며 “그때부터 군대 간 조교한테 전화를 하고 난리였는데 아직도 못 찾았다”고 말했다.
학과 사무실을 조교들이 관리하는데 이들의 잦은 이동과 올해 1월말 학과 사무실이 있는 연희관 석면제거 공사가 분실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 약 3주간의 공사 동안 사무실 내 서류들이 모두 밖으로 옮겨졌다. B 교수는 “캐비닛에 공간도 많지 않으니 관리를 제대로 안 하다가 잃어버린 게 합리적 추론”이라며 “지금 그거 말고도 학술자료 잃어버린 것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연세대의 고의적인 폐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과거 국정농단 사건 과정에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대 부정입학이 불거진 뒤 각 대학이 대학원 입시 관련 서류를 모조리 폐기했는데, 연세대도 그런 차원에서 자료를 없앤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연세대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입시자료 증발은 조씨 자료를 은폐하기 위한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연세대 관계자는 “대학 차원에서 조사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이 어렵다”고 밝혔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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