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난민 입국 허가 심사에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계가 뚜렷한 자동 번역 기술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인물을 판단하고 난민의 운명을 결정해 온 셈이어서 적절성 논란이 제기된다.
미국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가 26일(현지시간) 국제난민지원프로젝트(IRAP)를 통해 입수한 미국 이민국(USCIS) 내부 매뉴얼을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매뉴얼은 난민 심사를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들여다보는 이민국 직원들에게 “외국어를 번역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구글, 야후, 빙 같은 검색 엔진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는 단계별 지침까지 제공하고 있다.
언어학자들은 자동 번역 시스템이 뉘앙스 분석이나 은어 인식을 못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이를 난민 심사에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인디애나대 인지과학 및 비교문학 교수는 “정부 관료가 그것(자동 번역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순진하고 어리석으며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다. 자연어 처리와 기계 학습을 연구하는 데이비드 가이 브리잔 샌프란시스코대 교수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언어의 변화가 빨라 아무리 정교한 기계 번역도 사람이 하는 번역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난민 변호단체들도 정부가 난민들의 삶과 미국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자동 번역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7년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페이스북에 아랍어로 “좋은 아침(good morning)”이라고 쓴 글이 “그들을 해쳐라(Hurt them)”로 잘못 영역(英譯)돼 이스라엘 경찰에 체포되자 페이스북이 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민국 대변인은 “SNS로 모은 정보가 난민 심사의 기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SNS 게시물을 검토하는 것은) 난민 심사 절차를 강화하는 상식적 방법”이라고 프로퍼블리카에 말했다. 이 매뉴얼이 이민국 내부에서 사용된 규모나 시기, 현재도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함께 공개된 이민국 내부 검토 문건에서 이들은 “(자동 번역 서비스가) 방언이나 대화체로 쓰인 외국어는 번역하지 못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추후 전문 번역 서비스를 요청할지는 직원 개인 판단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입국자를 심사하는데 SNS를 광범위하게 활용해오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 이민국은 2016년 6월 사기조사 및 국가안전 부서 산하에 SNS부를 신설했으며 지난 한 해 동안만 1만 1,740건의 SNS 게시물을 검사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6월 1일부터 미국 입국 시 SNS 정보 제출을 요구하는 새로운 비자 신청 양식을 적용했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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