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보도… “백악관, 통화 기록 옮겨 은폐 시도도”
격노한 트럼프 “스파이 행위” 색출작업 의사 밝혀
미국 워싱턴에 ‘트럼프 탄핵 조사’라는 메가톤급 태풍을 일으킨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내부고발자는 중앙정보국(CIA) 소속 요원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내부고발자에게 자신과 우크라이나 정상의 전화 통화 관련 정보를 넘겨준 정보 당국자들을 향해 ‘스파이’라고 비난하며 색출 의사까지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내부고발자는 한때 백악관에서 근무했다가 정보기관으로 복귀한 CIA 요원”이라며 이날 이같이 전했다. NYT에 따르면 해당 요원은 현직 대통령과 외국 정상 간 통화 내용을 다루는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일하진 않았다.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화를 직접 듣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개된 내부고발 문건에도 “백악관 당국자 등한테서 통화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설명돼 있다.
그러나 문건에 기재된 내용은 꽤 구체적이다. 내부고발자는 “백악관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기록을 ‘기밀 보안 시스템’으로 옮겨 은폐하려 했다”고 적었다. 이미 공개된 두 정상의 통화 녹취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에 대한 조사를 해 달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하는 듯한 정황이 담겨 있다. 문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을 상대로 ‘바이든 조사’를 설득하는 데 대해 미 외교관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내부고발자는 “공직을 수행하며 여러 정부 당국자들한테서 대통령이 2020년 미 대선에 외국을 개입시키는 데 대통령직을 이용한다는 정보를 받았다. 난 동료들의 설명이 믿을 만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를 표하면서 조만간 색출 작업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오전 유엔주재 미국대표부 직원들에게 “누가 내부고발자에게 정보를 줬는지 알기를 원한다. 그건 스파이 행위에 가깝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과거 시절에 우리가 스파이나 반역자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지금 하는 것보단 조금 다르게 다뤘다”고도 덧붙였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이 미국의 유엔직원 50여명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내부고발자 신원에 대한 NYT 보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의 변호인은 “내부고발자는 익명의 권리가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미 정보기관 16곳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측도 “내부고발자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NYT는 별도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측이 내부고발자의 주장을 ‘정치적 해킹’이라 부르며 신뢰성을 공격하고 있다. 때문에 그가 비정치적 기관 소속이라는 점을 포함해 제한된 정보만을 보도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며칠 새 트럼프 대통령 탄핵 찬성 여론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턴트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의회의 탄핵 절차 개시에 대한 찬반 비율은 각각 43%로 같았다. 지난 20~22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찬성 비율이 36%에 그쳤던 것(반대 49%)과 비교하면, 탄핵 지지 여론이 7%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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