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이어 수서서에 추가 고소…고소인 조사 마쳐
장남 회사 부도 막으려 400억 원대 무담보ㆍ무이자 대출
부인 임원 등록해 허위급여…소망교회에 회삿돈 37억 기부
국내 기초화장품 전문업체 ‘참존’의 김광석(80) 전 회장이 수백억 원대 회삿돈을 횡령하고 배임한 혐의로 검찰과 경찰 수사를 동시에 받고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검찰과 경찰은 최근 김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혐의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각기 마치고 회계장부 등을 분석하며 자금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박진원)는 지난 5월 내부고발자의 고소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달 서울 수서경찰서에도 김 전 회장에 대한 추가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검경 양 기관에서 동시에 수사하는 모양새가 됐다. 접수된 혐의사실에 차이가 있어 현재 각기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추후 검찰은 경찰과 논의를 거쳐 수사 및 지휘라인을 정비할 방침이다. 혐의사실 성격과 분량 등을 감안할 때 수사주체를 일원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2015년~2016년 장남 또는 본인이 대표로 재직하던 아우디 관련 딜러사 ‘참존모터스’와 서비스사 ‘참존서비스’에 참존 사업과 관련이 없음에도 차용증이나 이자도 없이 각기 약 210억 원, 약 105억 원을 무담보로 불법 대출해준 혐의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2016년 람보르기니 딜러사 ‘참존임포트’엔 약 108억원을 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기업들의 외제차 판매ㆍ서비스 국내 영업권은 다른 회사로 넘어가 사실상 폐업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특수관계회사 부도를 막기 위해 사옥을 저가에 매각한 뒤 불공정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3년간 회사에 총 36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힌 혐의도 받는다. 또한 배우자를 1994년부터 2015년까지 임원으로 등록하고 실제 업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월급 명목으로 22억 원, 출장 명목의 해외여행 비용 등으로 10억 원 상당을 법인카드를 통해 빼돌린 혐의도 검찰은 살펴보고 있다. 배우자가 임원직을 사임한 후에도 회사 소유 벤틀리 리스 차량을 무단 사용하며 2억 원 상당을 유용하도록 하고, 홍보용 비매품이 아닌 판매용 화장품 32억 원 어치를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선물한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측에서는 김 전 회장이 장로로 있던 강남소망교회에 회삿돈 37억 원 이상을 19년간 145회에 걸쳐 개인적으로 기부한 혐의를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아울러 장남이 대표로 있던 ‘참존모터스’와 ‘참존서비스’에 참존 사옥을 헐값에 임대해 4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와 함께, 허위로 미국법인을 세워 자신의 고향후배를 법인장으로 재직하게 하면서 영업활동 없이 3년간 수억 원을 지급한 혐의도 있다.
김 전 회장은 약사 출신으로 1966년 피부 전용 약국을 운영하다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어 1984년 참존을 설립했다. 이후 이른바 ‘청개구리 광고’가 크게 유행하면서 1990년대에는 화장품 업계 3위까지도 올랐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5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침체기를 겪고 있다. 참존은 최근 징코, 디에이지, 닥터프로그 등 브랜드를 운영하며 쇄신을 꾀하고 있지만, 중국 투자 실패와 오너 리스크 등이 겹쳐 그룹과 계열사가 자본잠식상태에 놓이는 등 존망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각종 의혹을 받는 김 전 회장이 지난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임되면서, 이영인 사장이 참존의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국일보는 김 전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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