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 제소로 시작된 두 회사의 ‘배터리 소송전’은 8월 SK이노베이션의 특허침해 소송 제기에 이어 LG화학이 맞소송에 나서면서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추석 직후 최고경영자(CEO) 회동을 통해 분위기 반전이 예상됐던 국내 대표 배터리 회사 간의 갈등이 좀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과 전지사업 미국법인인 SK 배터리 아메리카를 특허 침해로 제소했다고 27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3일 제기한 특허 소송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다. LG화학은 ITC에 2차 전지 핵심소재 특허를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고,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는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특허 소송은 경쟁사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한 경우 정당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특허로 맞대응하는 국제 사회 특허소송 경향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SK이노베이션은 ICT와 미국연방법원에 LG화학과 LG화학 미국 자회사인 LG화학 미시간을 제소했다. LG화학으로부터 공급받은 배터리셀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어 자동차 회사에 판매한 LG전자에 대해서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전자가 특허 침해를 바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이 승소할 경우 LG의 배터리 사업 자체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LG화학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탑재 차량을 분석한 결과, 해당 배터리가 LG화학의 2차 전지 핵심소재인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관련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들 특허는 모두 원천특허에 해당되는 만큼 이를 회피해 제품을 설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LG화학의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도 즉각 입장을 내어 “소송에 명확하고 정정당당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추가 소송건은 내용을 분석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 모두 쉽게 물러나지 않을 기세여서 소송전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배터리를 연구하는 한 대학교수는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별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 간의 장기 소송전은 기술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악수(惡手)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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