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의 여지 없이 SK의 독주로 끝나는 듯했던 정규시즌 우승 향배가 두산의 ‘역대급’ 추격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26일 현재 선두 SK(85승1무54패)와 2위 두산(85승1무55패)의 승차는 불과 0.5경기다. 이 격차는 불과 한 달여 전인 8월15일까지만 해도 무려 9경기였다. 야구계에선 ‘3경기 차를 따라잡으려면 한 달이 걸린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전력이 가장 안정적인 1, 2위 팀의 격차가 이렇게 순식간에 좁혀진 건 이례적이다. 두산이 후반기 43경기에서 승률 0.643(27승1무15패)의 고공비행을 한 반면 SK는 5할도 안 되는 0.477(21승 23패)의 승률에 머무른 결과다.
이제 과연 두산이 미러클 시즌의 방점을 찍을지 주목된다. 두산은 24년 전 비슷한 상황에서 드라마를 일군 적 있다. 1995년 전신인 OB가 2위 LG를 0.5경기 차로 따돌리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는데 당시 OB는 8월 27일까지 LG에 6경기 차 뒤진 2위였다. 당시에는 경기 수도 지금보다 적었기 때문에 이를 뒤집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그러나 OB는 9월부터 18승6패, 승률 7할5푼을 기록하며 선두 LG를 추격한 끝에 기적적인 역전 레이스로 1위 자리를 점령했다. 최종결과는 두산이 74승47패5무(0.607)로 1위, LG가 74승48패4무(0.603)로 2위였다. 대역전 우승의 기세를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한 두산에게 ‘미러클’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이때부터다.
더 기적적인 시즌을 일굴 뻔한 적도 있다. 2년 전인 2017시즌 두산은 전반기를 마칠 당시 4위로 선두 KIA와 13경기 차 떨어져 있었다. ‘가을야구’조차도 불투명했는데 후반기 7할 승률을 달리면서 1경기 차까지 KIA를 압박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희비가 갈리며 뒤집기엔 실패했다.
2년 만에 다시 기적의 레이스에 뛰어든 두산이 불과 한 달여 만에 9경기 차를 뒤집으면 보기 드문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전까지 가장 많은 경기를 극복한 정규시즌 우승 사례는 2011년 삼성의 7경기였는데 이는 5월부터 벌어진 간격이어서 올 시즌 두산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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