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부패방지법 개정에 반대하는 인도네시아의 대규모 시위에서 두 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했다.
27일 CNN 인도네시아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전날 술라웨시주에서 있었던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란디(21)가 총에 맞아 숨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학생들이 지방의회 건물에 침입하려 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쐈을 뿐, 실탄이나 고무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부검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형법 개정안과 부패방지법 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는 나흘 연속 열렸다. 수도 자카르타뿐만 아니라 마카사르 등 지방 주요 도시에서도 대학생과 고등학생까지 가세해 수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대는 경찰에 돌을 던지고 차량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강경 진압에 나선 경찰과 충돌하면서 부상자도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25일 자카르타 의회 주변 시위 현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한 남성이 결국 숨졌다. 티토 카르나비안 경찰청장은 “당시 폭도들이 경찰서와 차량에 불을 지르고 돌을 던져 최루탄을 발사했다”며 “사망자는 학생이 아니라 폭도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까지 체포한 200명이 넘는 시위대 중 일부는 학생이 아니다”라며 “학생 시위를 이용해 정부를 전복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인도네시아 의회는 반부패위원회(KPK)의 독립성과 권한을 약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학생과 시민들은 국회의원들이 반부패위의 힘을 빼기 위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며 격분, 거리로 나섰다. 결혼한 부부 이외의 ‘혼외 성관계’를 모두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 추진도 드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지난해 180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인도네시아 부패지수는 89위를 기록했다. 베트남(117위), 태국ㆍ필리핀(99위)보다 앞서는 수준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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