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미국 뉴욕에서 UN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렸다.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16)는 그 자리에서 세계 정상들에게 기후위기의 정책적 대안을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연설의 주된 골자는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고, 거대한 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데도 정상들은 모여서 “돈과 끊임없는 경제 성장”에 관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긴급함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9월 20일부터 27일까지 글로벌 기후파업 주간이다. 전 세계 시민들이 ‘기후 파업’에 동참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금요일마다 학생들이 등교거부 운동을 하고, 이를 계기로 전 세계 학생들이 기후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청소년기후소송단이 꾸려졌다. 이들은 ‘기후위기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정부나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청소년기후행동을 통해 등교거부 운동, 환경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기후변화행동에 청소년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자신을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가장 오래 살아갈 당사자이자, 기후위기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피해자”(청소년기후소송단 홈페이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레타 툰베리는 테드 강연에서 자신이 100살까지 산다면 그때는 2103년이고, 2050년이 넘어도 기껏해야 인생의 절반을 살 뿐이라고 했다. 단지 몇십 년 후만 내다보는 기성세대와 2100년 이후까지 상상할 수 있는 세대가 바라보는 세상의 시간성은 이처럼 다르다.
그런데 문제는 미래에 영향을 끼칠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내리거나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협소한 시각으로 세상을 인지하고, 미래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당장 현재의 이익만 추구할 뿐, 앞으로 초래할 기후변화의 위험은 방기함으로써 미래에 전가하려고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고, 2010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5% 줄이면서, 2050년에는 탄소배출량이 0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산업은 자본의 이익에 따라 재편되어 있고, 국가들은 이를 규제할 법이 미비하거나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 화석원료 사용, 육식 중심 구조, 크루즈 산업 등 기존의 산업은 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탄소 배출국은 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자국에서 해결할 문제로 회피한다.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비판받는 이유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삶의 양식을 변화하는 것에서부터 각 국가 단위, 더 나아가 전 세계적인 합의를 필요로 한다. 기후변화에는 국적과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기후난민 문제는 당면한 현실이다. 남태평양 국가들 중 몰디브와 투발루 같은 섬나라는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고 있다. 또 인도,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고 있다. 해양생태계는 어떤가. 지진해일, 태풍은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해양 생물은 죽어가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가 UN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우리를 실망시키기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이 책임을 빠져나가도록 가만히 두지 않겠습니다.”고 했다. 이 말은 ‘기후변화는 먼 미래에 벌어질 위기가 아니라, 당장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다가올 미래는 없다’는 선언이자, 미래를 관통하는 어떤 존재가 현재에 전하는 경고다. 그렇다면, 여기 한국사회는 어떤 응답을 보낼 것인가.
천주희 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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