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가인이 ‘미스트롯’ 우승자로 선정된 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지난 5월 TV CHOSUN ‘미스트롯’이 자체 최고시청률 18.1%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 속 종영한 가운데, 신드롬급 인기의 주역인 송가인의 ‘꽃길’은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탄탄한 중장년층 팬덤을 기반으로 콘서트 매진 행렬은 기본, 행사를 비롯해 출연 방송 등 모든 행보에 뜨거운 지지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송가인이 뜨면 시청률도 뛴다’는 공식이 생겼을 정도로 그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급상승을 기록하며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예능가에서는 송가인을 향한 러브콜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믿고 쓰는’ 시청률 치트키로서 한 회의 성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게스트인데다, 구수한 입담까지 갖췄으니 구미가 당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힘입어 현재 송가인은 TV CHOSUN ‘뽕 따러 가세’를 비롯해 ‘아내의 맛’,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등에 출연 중이다.

송가인과 붐을 전면에 내세워 론칭한 ‘뽕 따러 가세’의 경우,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채널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1회 방송부터 6.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송가인 파워’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후에도 해당 프로그램은 6~7%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종편 및 지상파 목요일 전체 예능 1위 독주를 이어오고 있다.

‘아내의 맛’ 역시 송가인 효과의 수혜자였다. 지난 6월 ‘아내의 맛’ 방송 1주년 기념 확장판인 ‘엄마의 맛’ 특별 방송 개념으로 성사된 송가인의 투입은 다소 지지부진했던 프로그램 시청률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송가인과 송가인 가족의 첫 출연분은 투입 직전 방송 대비 3.0%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기존 4%대에 머물던 ‘아내의 맛’ 시청률은 송가인 출연 이후인 현재 6~7% 후반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시청률은 잡았지만, 일각에서는 송가인의 출연을 두고 근본적인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초 ‘부부들의 소확행 라이프를 찾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기획돼 셀럽 부부들의 생활을 보여줬던 ‘아내의 맛’에 미혼 출연자인 송가인이 ‘가족 VCR’을 통해 지속적으로 출연한다는 것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같은 지적은 결국 “시청률 상승을 위해 ‘미스트롯’ 방송사였던 TV CHOSUN이 다양한 예능에 송가인을 무리하게 투입한다”는 여론으로 번지기에 이르렀다.
송가인의 ‘TV CHOSUN 의리 지키기 설’은 이는 지난 23일 송가인의 소속사 포켓돌스튜디오 측이 “오는 11월 진행되는 송가인의 단독 리사이틀 ‘Again’이 TV조선을 통해 특집쇼로 방송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더욱 힘을 얻었다. 공연 150분 중 90분가량을 특별 편성한다는 파격적인 편성 내용은 TV CHOSUN과 송가인 간의 남다른 돈독함을 추측하기에 충분했다.
공고해 보였던 양측에 뜻밖의 변수가 생긴 것은 지난 24일 TV조선 측이 “송가인의 단독 리사이틀 ‘Again’ 공연 특집쇼 편성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일반적으로 소속사에서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경우, 해당 내용과 관련된 곳과 미리 배포 일정을 공유하는 만큼 편성을 두고 상반된 양측의 반응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송가인이 출연 중이던 ‘뽕 따러 가세’와 ‘아내의 맛’에서 하차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이는 TV CHOSUN과 송가인 측의 불화설로까지 번졌다.
이른바 방송가 발(發) ‘카더라 통신’은 “송가인의 출연 효과가 클수록 TV CHOSUN이 무리한 예능 녹화를 강행하면서 송가인의 건강에 큰 무리가 갔다”며 양측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를 추측했다. 약 4개월 여간 TV CHOSUN에 유례없는 호사를 누리게 해 준 ‘시청률 효자’ 송가인이 예능 하차를 두고 채널과 등을 졌다는 것은 사실일까.
이에 대해 본지는 지난 25일 TV CHOSUN 측 관계자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해당 관계자는 “송가인과의 불화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항간에 불거진 소문들에 선을 그었다.

TV CHOSUN 측이 밝힌 ‘송가인 특집쇼’ 편성 관련 전말은 다음과 같았다. 제작팀과 송가인의 소속사 측이 ‘Again’ 공연 방송 제작 및 편성 건을 두고 논의를 하던 중 송가인 측이 채널과 공유 없이 ‘편성 확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편성과 관련해 확정된 바가 없는 상황이었고, 이와 관련해 일부 매체가 사실 여부를 문의하면서 채널 측에서는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불화설에 불을 지폈던 ‘뽕 따러 가세’와 ‘아내의 맛’ 하차 소식에 대한 해명도 이어졌다. 관계자는 “애초에 ‘하차’가 아니라 ‘시즌 종료’가 맞는 말”이라며 “‘뽕 따러 가세’의 경우, 다음 달 12일 시즌 종료가 된다는 사실은 내부적으로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채널 측에서도 다음 주 시즌 종료를 알리는 보도자료 배포를 준비 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 ‘아내의 맛’ 역시 당초 알려졌던 것처럼 ‘엄마의 맛’ 스페셜 특집 방송으로 출연했던 거였다. 때문에 더 이상 출연을 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인데, ‘하차’라는 단어가 붙으며 불화설로 이어지니 저희도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송가인이) 다른 채널에서도 ‘시청률 요정’이라는 타이틀로 활약 중인데, 저희 채널 프로그램 출연이 종료됐다고 해서 사이가 틀어진 것처럼 비춰지다 보니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적극적으로 송가인 측과의 불화설을 해명한 TV CHOSUN과는 달리 송가인 측의 반응은 사뭇 조심스러웠다. 26일 본지와 어렵게 연락이 닿은 송가인 측 관계자는 특집쇼 편성 이슈에 대한 질문에 “전반적으로 드릴 코멘트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전날 불거진 TV CHOSUN과의 불화설을 인지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모든 것들이 추측성이지 않냐”면서도 “맞다 아니다 이야기 할 것도 없고, 관련해 드릴 공식 코멘트가 없다”고 입을 닫았다.
다만 ‘뽕 따러 가세’와 ‘아내의 맛’ 출연 종료에 대해서는 TV CHOSUN 측과 마찬가지로 “이미 예정됐던 시즌 종료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으며, 하차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 TV CHOSUN과 송가인 측은 특집쇼 제작 및 편성을 두고 추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 쪽은 불화설을 강력 부인하고 나섰지만, 어딘가 뜨뜻미지근한 모양새다. 송가인이 과도한 스케줄 탓에 ‘미스트롯 의리’를 져버리고 예능 출연을 중단했고, 이에 채널과의 관계가 틀어졌다고 확신하긴 어렵다. 송가인 측이 말을 아낀 만큼, 양측 사이에 일어났던 일의 구체적인 정황 역시 알 수 없다.
오늘날의 송가인을 위한 발판이 돼 준 ‘미스트롯’과 TV CHOSUN은 그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때문에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출연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수도, 고마움에 대한 보답의 일환으로 출연을 이어왔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해 내는 선에서의 협업은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스타의 예능 출연 종료가 ‘채널과의 불화설’로 이어지고, 프로그램 편성에 대한 양측의 엇갈린 입장이 마치 ‘채널의 보복성 조치’처럼 비춰지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손해일 뿐이다. 선의에서 출발한 ‘의리’가 서로의 얼굴을 붉히게 되는 것만큼 뼈아픈 결과는 없다. TV CHOSUN과 송가인의 질긴 인연이 어떻게 새 국면을 맞이할 지, 그 첫 시즌이 갓 마무리되고 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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